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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 주춤하자 외국인들 日증시로 리턴

美 긴축 강도 조절 기대감도 한몫
외국인 순매수 두 달 연속 지속
11월에만 1조2873억엔 사들여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엔저(엔화 약세)가 점차 안정화되는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 강도가 둔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들은 일본증시에서 1조2873억엔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순매수액으로는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외국인의 순매수는 두 달 연속 지속되고 있다. 특히 11월 순매수액은 10월(1464억엔)보다 대폭 확대됐다. 앞서 외국인들은 8~9월 2개월 연속으로 일본주식을 팔아치운 바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엔화 시세의 안정이 첫 번째로 꼽힌다. 앞서 10월 하순 엔화는 32년 만에 최저가인 1달러당 151엔까지 떨어졌다. 닛케이225지수도 연중 최저까지 내려앉았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엔저가 멈추면서 11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138엔대로 안정됐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컴게스트에셋매니지먼트의 리처드 케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환율의 불확실성을 지적했지만 최근 엔저가 멈추면서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7~9월 일본기업들의 실적이 견조했던 것도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뒷받침했다. 피델리티에셋 매니지먼트의 시게미 요시노리 거시전략가는 "미국기업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된 반면, 일본기업은 상대적으로 상향 조정돼 실적 우위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외국인 자금이 일본 가치주로 향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 11월에는 은행, 상사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호조를 보였다.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 5대 상사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자 추격 매수세가 더해지면서 닛케이 상사업종 평균 주가는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 만료가 내년 봄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정책이 수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돌면서 은행주도 좋은 성적을 냈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 업체들은 일본경기의 강세를 적극적으로 평가해 일본주식을 산다기보다는 미국, 유럽 주식을 비교해서 소거한 후 일본주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기간을 확대해서 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초부터 일본주식을 2조엔가량 순매도(누적 기준)하고 있다. 엔화 강세가 지나치게 진행되면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매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