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적정량' 50배에 달하는 약물 한 번에 투여
피고인 측 "약물 과다 투여 인정..일부 혐의는 인과관계없어"
내년 1월 19일, 두 번째 공판 열릴 예정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13개월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 간호사들이 영아의 일부 혐의에 대해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업무상 과실과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씨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3월 12일 병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13개월 영아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하고 해당 사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은 영아가 숨지기 전날인 3월 11일 발생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영아의 호흡곤란 증상을 확인한 뒤 '에프네프린'이란 약물 5mg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했다.
에프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A씨는 에프네프린 5mg를 희석하지 않은 채 정맥주사를 놓았다. 기준치(소아 적정량 0.1mg)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 번에 투약한 것이다.
투약 직후 영아는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제주대학교병원. 사진=뉴스1
이때 A씨는 같은 팀의 간호사인 B씨와 함께 영아에게 잘못 투약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담당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담당의사가 영아에게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B씨는 A씨에게 특이사항을 전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 A씨와 수간호사인 C씨와 공모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 처치 등 의료 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수차례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도 담당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사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A씨와 B씨에게 투약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약물 과다 투여로 중환자실에 옮겨진 영아는 사고 이튿날인 3월 12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들은 영아가 사망할 때까지 약물을 잘못 투약한 사실을 담당의사에게 알리지 않아 영아 심장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게 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에게 피해자를 제대로 치료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피고인 측은 약물을 잘못 투여하고 은폐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보고 누락과 관련 기록 삭제 등이 영아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 측이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자 의료 관련 전문심리위원을 불러 기초 사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한편 두 번째 공판은 내년 1월 19일 오후 2시 30분경 열릴 예정이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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