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에 반발...맞대응 성격 관측
北 당 전원회의 6일째 회의 진행, 결정서 새해 1월 1일 발표할 듯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오전 8시경부터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3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 마지막 날에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23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지 8일 만이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350여㎞를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행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점고도와, 최고속도 등 세부제원은 종합 분석 중이다. 군 당국은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세부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측 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의 정점고도는 약 100㎞로 3발의 발사 시각은 8시 1분, 14분, 15분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원 등으로 미루어 북한은 발사 원점인 황해북도 중화군에서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등을 이용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나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초대형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 KN-25 등의 SRBM을 이용해 북한이 주로 동해상 타깃으로 삼는 북동쪽 방향의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을 표적으로 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알섬 위치. 미국이 2020년 6월 중순경 함북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이 섬에 북한이 청와대 또는 국방부 청사로 추정되는 모형 시설이 구축되고 있는 것을 포착, 한국 당국과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이번에 북한이 처음으로 SRBM 3발을 쏜 발사 원점인 황해북도 중화군은 평양에서 남쪽으로 60㎞가량 떨어진 곳으로 북한의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지휘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어제 우리 군이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를 시험발사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성격으로 관측된다.
우리 군은 어제 30일 저녁 시험 발사에 성공한 우주발사체 시험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방식의 두 번째 성공으로 극비리에 진행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계획은 보안상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인 29일 대전 소재 ADD 방문 당시 관계자들로부터 이번 시험계획을 직접 보고받고, 이날 30일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안보 관련 부서 내에서도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공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행경보에 따르면 당초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6~29일 중 시험발사를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서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의 낙탄 피해 가능성 때문에 날짜를 연기해 30~31일로 다시 잡았고, 이날 오후 기상여건이 맞아 시험 발사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발사된 발사체는 450㎞ 고도까지 도달해 독자적 우주기반 감시정찰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부는 30일 "우주안보·경제시대에 맞춰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분야 국방력 강화를 위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우주발사체 비행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지난 3월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순간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위성발사용 우주로켓에 위성체 대신 탄두를 실으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
국방부는 "향후 몇 년 간 개발과정을 거쳐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며 "우리 군은 우주를 포함한 국방력 강화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오는 2025년까지 초소형 정찰위성 발사체를 고도 수백㎞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올려 대북경계·감시에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고체 추진 기술로 소형위성 또는 초소형위성을 다수 발사해 군집 위성을 운용하면 한반도 전역의 실시간으로 감시가 가능할 전망으로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파악해 '킬체인'의 핵심인 탐지와 조기경보 능력의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해당 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관련 산업으로 파급 효과도 예상된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최소 33차례에 걸쳐 약 70발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순항미사일 3차례 도발을 감행했다.북한은 18일에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3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하는 등 이달에만 3차례 도발했다.
북한은 이달 5·6일엔 '해상 완충구역'에 230여발의 포격을 가했고, 특히 26일에는 무인기 5대를 우리 영공으로 보냈다 이 가운데 무인기 1대는 서울 북부 영공까지 진입했고 모두 격추하지 못해 큰 파장이 일었다.
북한은 16일 신형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번 시험을 '중대 시험'으로 명명하며 김정은 당 총비서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는 탄도미사일 발사체에 사용될 수 있는 새 엔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도 고체연료 방식의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ICBM도 개발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는 지상분출시험 단계까지만 성공해 우리보다 기술력이 뒤쳐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했다는 '군 정찰위성 시험'에 대해서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란 평가를 유지 중이다. 군은 북한이 올 2~3월 이른바 '정찰위성 개발 시험'를 주장했을 때도 신형 ICBM '화성-17형' 개발의 일환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이 19일 오전 11시13분경부터 오후 12시05분경까지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500㎞ 가까이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일본 방위성이 분석한 북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약 550㎞다. 해당 미사일은 약 500㎞를 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외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19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 중요 시험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미사일 발사 사진과 함께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일대 등 서울과 인천항을 촬영한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정찰위성 사진이라기엔 조악해 트릭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매체들은 16일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는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북한)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톤포스=즉 140톤의 무게를 밀어 올릴 수 있는 추진력)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모터·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으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1만5000km '화성-17형' 신형 ICBM은 80tf 추력의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한 160tf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당 중앙위 제8기 제12차 정치국회의가 12월30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정치국 회의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주재했으며, 앞서 전원회의 부문별 분과 연구 및 협의회가 논의한 '연말 전원회의' 결정서 초안을 최종 완성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6일부터 전날인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5일차 회의를 진행했다. 오늘 31일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전원회의 6일차 회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당 전원회의는 노동당 중심 통치를 하는 대내외 주요 정책을 논의·의결하는 회의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중에도 끝없이 도발을 강행한 것이다.
과거 주요 당 회의는 김정은이 모든 분야에 대해 보고하고 결론을 내린 뒤 추인하는 행태로 진행됐지만,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부터는 '김정은 국정운영의 큰 틀 제시 보고→각 부문 간부들의 분과별 세부 이행계획 수립을 위한 토의→마지막 날 결정서로 채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은 첫날 회의에서 "곤란 속에서 모든 것을 인내하며 실제적 전진을 이룩한 사실을 소중한 바탕으로 하여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 있는 투쟁 방략을 세울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 신년 국정방향을 논의하는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과물인 결정서 초안을 최종 완성 새해 1월 1일 발표하고 이후 예산안을 비롯한 세부 계획은 형식적이나마 새해 1월 17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 일각에선 한미동맹이 확장억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를 상대하고, 동시에 세계 도처에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로 인해 북한 문제 해결에 전력을 투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새해에도 미·중 경쟁 구도 격화는 북한 운신의 폭을 넓혀 주며 중국 입장에서도 미·중 사이의 완충지대인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커져 '핵무력 확보의 자신감'을 바탕으로한 북한의 도발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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