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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하는 사회…‘육아휴직·VAB’가 해법될 것" [2023 신년기획]

Recession 시대의 해법...저출산 극복의 길, 스웨덴 ‘지속 가능 육아’서 찾다 (上)
아이가 행복한 나라 1위, 스웨덴
부모에겐 일상된 육아휴직·VAB
정부 예산의 4% 부모보험에 쏟아
가정·직장 내 성 평등 뿌리내리게 해
수십년째 출산율 1.6~1.8명 유지
부모보험 양대 축 ‘육아휴직·VAB’
50년간 유지된 스웨덴 가족정책
자녀 아플 땐 120일까지 돌봄휴가
3개월 아빠 육아휴직도 의무화
맞벌이 부부들 육아에만 집중
한국, 저출산 극복하려면
아빠의 육아휴직 당연해지고
유급휴가 넉넉히 줘 소득도 보장
'일과 가정 양립’ 사회 인식 변할 때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일·가정 양립하는 사회…‘육아휴직·VAB’가 해법될 것" [2023 신년기획]
니클라스 뢰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아동가족 재정대변인이 지난해 12월 2일 스웨덴 스톡홀름시에 있는 사회보험청 회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소현 기자
"일·가정 양립하는 사회…‘육아휴직·VAB’가 해법될 것" [2023 신년기획]
스웨덴 스톡홀름시에 있는 스웨덴 사회보험청 건물
"일·가정 양립하는 사회…‘육아휴직·VAB’가 해법될 것" [2023 신년기획]

【파이낸셜뉴스 스톡홀름(스웨덴)=박소현 기자】 전 세계에서 아이가 행복한 나라 1위로 꼽히는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경제 사이클에 따라 1.6명에서 1.8명 사이를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의 맞벌이 비율은 70%를 넘는데 부모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직접 키운다. 한국 '워킹맘'이 일하기 위해 조부모나 시터에게 육아를 필수적으로 의지하지만 스웨덴에는 조부모, 시터 육아가 없다. 비결은 바로 지난 1974년 도입된 '부모보험'의 양대 축인 육아휴직(부모휴가)과 VAB(Vard av barn·아픈 아이 돌보기)에 있다. 육아휴직과 VAB에 스웨덴 정부 예산의 총 4%를 사용할 정도다. 총 480일의 육아휴직 시 정부가 월급의 80%를 지급하고, 만 12세까지 아픈 아이를 집에서 돌봐도 정부가 월급의 80%까지 지원한다. 이 부모보험의 세금은 고용주가 부담하는 구조다. 여기에 가정·직장 내 성 평등(gender equality)이 수십년 동안 스웨덴 사회에 뿌리 내리면서 여성과 남성, 즉 부부가 협력해서 아이를 키우는 게 일상화됐다. 스웨덴의 육아가 지속가능한 이유, 아이를 최소 2명은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된 이유를 스웨덴 사회보험청 니클라스 뢰프그렌 아동가족국 재정대변인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여성이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여성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정책이다."

스웨덴에는 VAB라는 제도가 있다. VAB는 아이가 아프면 부모 중 누구나 집에서 아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제도다. 아이의 나이는 만 12세까지, VAB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연 120일에 달한다. 아이를 돌보는 동안 월급의 80%까지 정부가 지급한다. 아이당 60일, 60일을 추가해 최대 120일까지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되며 연차와 상관없다. 니클라스 재정대변인은 "보육기관에서 아픈 아이를 데려가라고 전화 오면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면서 "회사에서 (VAB 사용을)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1년에 120일까지 아이가 아프면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가 병에서 다 나을 때까지 마음 편히 돌볼 수 있다. 심지어 아이가 불치병이거나 중증인 경우 부모 모두 일수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월급 역시 정부가 지급한다.

■'성 평등' 부모보험… 일·육아 양립 가능

VAB는 지난 1974년 도입됐다. 스웨덴에서 전 세계 최초로 남녀 육아휴직(부모휴가)이 시작된 해와 같다. 그동안 한국 언론은 스웨덴의 육아휴직 중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90일)만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하지만 VAB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가족정책인 부모보험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육아휴직과 VAB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스웨덴 육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니클라스 재정대변인은 VAB를 직접 운용하는 담당자다. 그는 VAB의 정책 목표에 대해 "여성이 노동시장에 나오는 게 진짜 중요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만든 스웨덴 가족정책에서 아주 중요한 정책"이라면서 "여성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니클라스 대변인에 따르면 스웨덴 역시 1950년대에는 전업주부가 약 100만명이었다. 하지만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 여성의 노동력을 스웨덴 사회에서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게 된 여성들이 "엄마는 왜 일하면서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투잡을 뛰어야 하나"라고 질문했다. 즉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서 성 평등이 보장된 가족정책이 절실했다. 육아휴직과 VAB 모두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설계된 이유다. 그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성 평등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사회적인 개혁 요구가 거세졌다"면서 "사회가 변하고 성 평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보험청이 지난 1974년부터 2006년까지 VAB를 운용한 결과를 낸 보고서에서도 "가족과 직장 생활 모두에서 보다 평등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정책목표"라고 강조했다. VAB는 최초 도입 당시 약 10일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선거철마다 기간이 늘어나 최대 120일이 됐다. 지난 2022년 사용자 수 기준으로 남성의 44%, 여성의 56%가 사용하고 있다. 사용일수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의 62%, 남성의 38%가 VAB를 사용한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결과를 보면 엄마가 아이 아플 때 더 많이 돌보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여성이 여전히 가정에서 책임이 크고, 그래서 출산 후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스웨덴에서는 '부모휴가(parental leave)'라고 부른다. 부모휴가는 1974년부터 여성과 남성이 합쳐서 총 6개월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녀 육아휴직 도입 후 약 20년 동안 남성의 10%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자 1995년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기간(30일)을 법으로 규정했다. 이를 60일로 확대한 것이 2002년이다. 2016년에 현재와 같이 90일로 늘어났다. 스웨덴에서 2000년대부터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화된 이유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처음 계획한 육아휴직은 남성 50%, 여성 50%로 부모가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도입한 것은 스웨덴이 세계 최초"라면서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육아휴직을 몰아주면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초 6개월로 출발한 육아휴직은 정치적 이벤트인 선거가 있을 때마다 확대, 지난 2002년에 최종적으로 480일로 늘어났다. 현재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은 아이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1년에 3번까지 원하는 기간에 부모의 계획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총사용횟수 제한도 없다. 다만 연간 육아휴직 사용계획을 세운다면 최소 3개월 전까지는 고용주에게 알려야 원하는 기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아빠도 육아휴직 당연시… 가족정책의 핵심

가족정책의 효과는 스웨덴에서 일을 하면서 육아를 지속가능하게 하고, 출산율도 상승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족정책에 효과가 있었다"면서 "제도가 변하면서 문화도 많이 바뀌었는데 1970년대에는 아빠가 어린 자녀와 집에 있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으면 나쁜 아빠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한 기업의 반대 의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었고, 아빠가 과연 육아를 잘할 수 있느냐를 두고 토론이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2002년 프리스쿨 비용 상한제를 도입, 누구나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낼 수 있게 한 것도 가족정책과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프리스쿨 비용은 지난 1948년 도입된 아동수당(매달 1250크로나) 정도를 내면 되는 수준이다. 비용의 90%는 주 정부가 보전한다.

스웨덴 정부는 부모보험을 위해 연간 4%의 예산을 배정한다. 부모보험에 아동수당, 주거수당 등 각종 현금성 지원금을 포함하면 예산의 약 9%(1000억크로나, 12조2000억원)를 가족 및 아동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부모보험을 위해서 고용주는 직원 월급의 31.2%를 고용주세로 내면서 서포트한다"면서 "예를 들어 직원 월급이 약 1만크로나면 고용주가 부모보험으로 3142크로나를 세금으로 내야 해서 스웨덴 인건비가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출산 문제를 시급하게 풀어야 하는 한국이 서둘러 도입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일까. 니클라스 대변인은 한국 인구가 스웨덴의 5배인 상황에서 정책적 조언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VAB 둘 다 중요하다"면서 "아빠가 처음부터 아이 육아에 관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를 기르는 것은 엄마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부부 공동의 프로젝트"라면서 "아빠가 어릴 때부터 아이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 출산 직후부터 아빠가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일과 가정 중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집에 있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니클라스 대변인은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정책도 중요하다"면서 "에스토니아처럼 육아휴직 시 100% 소득을 보전하고, 육아휴직 기간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육아 또한 자기계발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