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ssion 시대의 해법...현실-가상 융합 블렌디드 경영
가상인간을 활용한 기업 홍보도 잇따르고 있다. 위쪽부터 가상인간 루시(롯데홈쇼핑)·나수아(온마인드)·민지오(네스트이엔티)
'가상인간(Virtual Human)'은 인간일까. 이 질문은 철학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확실한 점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초 가상인간 '사이버가수 아담'만 해도 외모, 행동 면에서 인간과는 구별됐다. 하지만 현재 가상인간을 향한 "사람 아냐"라는 질문은 낯설지 않다. 더욱이 노래를 비롯해 춤, 홈쇼핑, 호텔,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플루언서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가상인간은 이미 산업 곳곳에 퍼져 있다. 롯데홈쇼핑이 탄생시킨 '루시'가 대표적이다. 상품 소개는 물론 고객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홈쇼핑 진행자로 나서는가 하면 신차 발표회 마케터, 브랜드 광고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최초 패션모델 가상인간 '류이드'를 선보였다. 무신사(무아인), 신세계그룹(와이티),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로지), 온마인드(나수아), LG전자(래아) 등 가상인간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이야기도 입히고 있다. 기능만 해내던 가상인간에게 소위 내러티브를 얹는 작업이다. 가령 시각 특수효과(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 덱스터 계열사 네스트이엔티의 '민지오'는 연예인같이 화려하기보다 일상에서 접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부터 드라마 단역까지 마다하지 않은 성장형 인물로 그려졌다.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MZ세대가 이들을 소비하는 축이다. 가상인간이 SNS 팔로어가 수십만 명인 인플루언서, 팬덤을 거르린 아이돌, 광고 시장을 섭렵한 모델 등으로 진출하면서다.
가상인간의 장점은 한번 생성으로 때마다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대폭 절약되는 직원인 셈이다. 실제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버추얼 휴먼 제작사 온마인드에 20억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산업의 성장성이 그만큼 높게 평가됐단 뜻이다.
현재 2조원대로 추정되는 가상인간 관련 시장은 오는 2025년 14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다만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인간 소외 문제를 놓쳐선 안 된다.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메타버스 성장과 함께 가상인간 시장도 커지겠으나 인간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하게 될지는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라며 "급속한 기술 발전만 꾀할 게 아니라 미리 그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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