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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면

[강남시선]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면
서울 시민이 모두 65세 이상이라면 어떨까. 시민 65~70%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소득하위 70% 월평균 32만원)을 받는다. 지하철, 예방접종은 무료다. 장기요양, 건강검진 등 수십가지를 감면(비과세)받는다. 문 닫은 학교와 유치원은 노인요양원으로, 소아과는 노인전문병원으로 간판을 바꾼다. 덜 늙은 노인이 더 늙은 노인을 부양한다. 불편한 상상은 이 정도로 하고 현실은?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서울 인구(2022년 12월 기준 948만명)를 넘어선다. 내년엔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시작된다. 이때쯤 한국은 일본(65세 이상 비중 29.9%)을 따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것도 세계 최고 속도로.

불편한 질문을 해보자. 첫째, 노인을 누가 부양하나. 올해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는 656만명. 지난해(612만명)보다 44만명 늘었다. 국민연금 수급자(올해 만 63세)는 622만명(2022년 10월 기준). 가입자 100명이 20명의 수급자를 부양하는 셈이다. 아직은 노인보다 부양하는 자(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많다. 하지만 극저출산(합계출산율 0.79명)이 계속되면 2060년께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125명을 부양해야 한다.

둘째, 사회보장 비용은 얼마나 늘어나나. 현행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된다. 1990년생이 연금을 받는 첫해(65세)다. 그때쯤 한국의 중위연령(인구 한가운데 있는 연령)은 60세를 넘는다. 정치권 주장대로 기초연금을 확대(65세 이상 모두 월 40만원)하면 현재(23조원)의 2배인 40조원 이상의 재원(세금)이 필요하다.

셋째, 누가 일하고 납세하나.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7년 안에 320만명이 줄어든다. 부산 인구(332만명)가 모두 사라지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추세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2023년 3638만명)가 반토막나는 때가 2070년이다. 인구학자 조영태(서울대 교수)는 책(인구 미래 공존, 2021년)에서 "30년 뒤에 태어날 아이의 수는 최근 태어난 여아 수로 결정된다"며 인구는 정해진 미래라고 했다. 신생아 26만명(2021년 기준) 중 절반을 여아로 가정, 현재의 합계출산율(1명 이하)이 지속되면 출생아수는 10만명대에 겨우 턱걸이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내고 받아야 할 연금은 지속가능할까. 수백조원에 달할 사회보장비용을 젊은 세대들이 짊어질 수 있을까. 미래세대와 공존하려면 기성세대(인구가 가장 많은 40~60대)가 양보해야 한다. 불편한 얘기지만 △더 오래 일하고(현 정년 만 60세) △연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면서 적게 또는 조금 더 받을지(현행 기준 소득대체율 42%→2028년 40%) 등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 공무원·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노인연령 상한 등의 이슈는 국민 합의와 정치적 결단 없이는 어렵다. 이해관계가 다른 국민을 설득하고 공론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제도와 법률을 만들어야 할 공무원은 정권 눈치를, '늙은' 정치권은 코앞에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