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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바뀐 금융지주 회장… 내부발탁 가고 新관치 오나

역대급 실적 내세워 연임 노리던
금융사 수장, 자의반타의반 용퇴
10여년 계속된 파벌주의 부작용
尹정부 '투명성 확보' 거듭 강조
CEO 선임 제도 개선 속도낼 듯

역대급 실적과 내부 장악력을 발판으로 손쉬운 연임을 노리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교체 이후 단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5대 금융지주 중 윤석열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수장들이 용퇴했다. BNK금융지주 회장은 조기 사퇴했다.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처럼, 금융권에서도 관치(官治)와 내치(內治)의 균형과 견제가 작동한다는 평가다.

■尹정부, 연임 사례 안 만들 듯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들어 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4연임은커녕 3연임 사례도 사라졌다. 시장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보수 정권에서 더 관치의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 윤종규 회장도 연임 가능성이 안갯속이다. 이미 3연임을 한 데다 아직 정권 출범 초기여서다. 반면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금융지주 회장의 3~4연임도 용인했다.

관치 내치 논쟁은 새로운 건 아니다. 민간 금융지주 독립성을 위해 내치를 보장하면 조직이 안으로 곪고,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면 관치가 된다. 금융지주 왕좌를 둘러싼 민과 관의 권력 싸움은 2000년 들어 본격화됐다. 자본 권력이 강해지면서 관치가 먹히지 않아 옷을 벗는 공무원들이 나왔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굵직한 위기 땐 다시 관의 힘이 강해졌다.

특히 2000년대 진행된 4대 금융사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지주 회장의 권력은 제왕적으로 점차 바뀌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식을 100% 보유한 자회사에 영향력을 뻗쳤다. 회장들은 연임을 통해 자회사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했고, 연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관치의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8년 '금융 4대 천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으로 대표되는 '금융 4대 천황'이 금융권을 좌지우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서강대 출신의 금융인 모임)가 득세했다. 이 모습을 본 진보 정권은 민간 금융권에는 관치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금융권 CEO 선임 절차 손볼까

그러자 이번엔 내치가 탈이 났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이어 대규모 횡령이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연말 금융권 CEO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기 직전부터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며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두고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과 없이 소송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도를 높였다.

다만 역사를 의식한 듯 이번 정권에선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는 사람이 직접 금융사 수장으로 오진 않았다. 내부 인사를 세우거나 외부 인사여도 금융권에 몸담아본 사람들을 골랐다. 신한금융, BNK금융은 내부 인사들이 왔고 NH농협금융은 경제부처 장관급 직책을 역임한 인물이다.

기존 CEO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아닌 세대교체를 내세워 용퇴했다.
대신 금융당국은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의 참정권을 배제하거나 사외이사로만 회추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국회엔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