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손준비금 쌓는 기준 관건
불확실성 해소 긍정효과 기대도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이나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만들기로 하면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위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는 것인데 이는 배당을 낮추고 결국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배당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판단 가능하며, 오히려 투명하게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 "주가·배당에 부담"
26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위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을 이날 예고했다.
감독당국이 은행에 대손준비금 및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은행업 감독규정안에 도입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전에는 필요할 때 금감원이 은행권에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추가 적립 등 자율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면 이제는 정식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된다. 또 은행의 예상손실 전망 모형을 매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배당가능 이익이 줄어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배당을 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자체 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충분하게 쌓아왔다. 당국에서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요구할 때마다 쌓아야 한다는 건 많이 부담스럽다"며 "은행은 배당을 늘리고 싶은데 준비금을 더 쌓으면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주가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 가치 평가는 배당금을 토대로 한다"며 "요새 배당금을 높이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배당이 줄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기준 공개 바람직"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대손준비금을 쌓는 기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 규정변경안이 시행되면 안전망이 높아진다는 효과는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또 배당과 주가에 영향은 얼마나 미칠지는 결국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어떤 비율로, 어떤 기준으로 특별대손준비금을 쌓게 할지가 나와야 은행 측에서도 자본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내용을 얘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금융지주에 은행만 있는 것도 아니고, 5000원 배당 받을 것을 4000원 받는 정도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주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인데 이번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특별대손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생긴 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기준이 불합리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100% 재량보다는 최소한의 기준, 한도 같은 게 있으면 좋긴 하겠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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