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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노트]술먹고 빨개지는 얼굴, 심장질환 위험 48% 커진다…美 연구팀 발표

[헬스노트]술먹고 빨개지는 얼굴, 심장질환 위험 48% 커진다…美 연구팀 발표
ⓒ News1 DB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홍조를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6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 후 얼굴에 홍조 반응을 일으키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2(ALDH2) 유전자 변이가 염증을 증가시켜 순환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진 개인에서 심장병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약물을 통해 이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음주하면 ALDH라는 효소가 알코올(에탄올)을 덜 해로운 성분으로 바꾼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로 분해되는데 이를 ALDH 효소가 아세트산, 수분 등으로 분해해 숙취를 해소한다. 이 ALDH 효소를 합성하는 데 'ADH18'와 'ALDH2'라는 유전자가 관여한다.

홍조는 이 ALDH2 유전자에 'ALDH2*2'(또는 rs671) 변이가 있는 사람에서 나타난다. 이 변이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 숙취가 오래가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LDH2*2 변이는 전 세계 인구 약 8%에서 나타나며 대부분 동아시아지역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람 중 약 36%가 이 변이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ALDH 효소 부족으로 심장내강, 동맥, 모세혈관, 정맥, 림프관 등의 내벽을 덮는 내피세포(EC)에 발생하는 기능장애가 관상동맥질환(CAD)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EC 기능장애는 조기 발병 CAD를 포함해 CAD 병인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CAD 사례 2만9310건과 일본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유전자정보 18만3134건을 활용해 게놈(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ALDH2*2 변이와 심장병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또 영국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유전자정보를 활용해 다시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연관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ALDH2*2 변이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음주하면 암 위험과 심장병 위험도 최대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유도 만능줄기세포 유래 EC(iPSC-EC)와 유전자편집기술 '크리스퍼카스9'로 보정한 ALDH2*2 유전자로 동물실험을 진행했더니 에탄올에 노출된 iPSC-EC에서 염증이 증가하고 혈관을 이완하는데 도움이 되는 산화질소(NO) 생성이 줄었다.

연구팀은 또 '엠파글리플로진'이라는 약물을 적용한 결과, ALDH*2 변이로 인한 EC 기능 악화가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SGLT-2i(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 경구용 당뇨약이다.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한 뒤 소변으로 배출해 혈당 상승을 억제한다.

국내에 출시된 엠파글로플리진 성분 약물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 동구바이오제약에서 위탁생산하는 한국프라임제약의 '엠글리정' 등이 있다.


다만 이 결과는 아직 초기 단계 연구라 당장 ALDH*2 변이 보유자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해당 당뇨약을 처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유망한 발견"이라면서도 "첫 단계일 뿐 향후 반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 동물실험에서 수컷 생쥐만 사용해 암컷 생쥐를 사용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