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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한국경제 회생, 반도체에 달렸다

[강남시선] 한국경제 회생, 반도체에 달렸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2.9%→2.1%→2.0%→1.7%, 중국 경제성장률 3.0%→4.4%→5.2%, 일본 경제성장률 1.4%→1.6%→1.8%.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요 국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은 계속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1.8%), 아시아개발은행(ADB, 2.3%→1.5%) 등 주요 국제 경제기구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유가 뭘까. 글로벌 경기침체, 고금리, 고물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규모인 475억달러(약 58조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12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불과 한 달 만에 작년 전체 무역적자의 25%에 달하는 적자를 낸 셈이다. 이는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무역수지 흑자 전환도, 경상수지 및 성장률 개선도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64%p, 20% 감소 시 성장률이 1.27%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인 1.6%마저 지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존도가 높은 메모리에서 벗어나 파운드리(위탁생산) 비중을 늘리고, 초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에 비해 파운드리는 위탁생산을 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을 덜 탄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6%인 데 비해 15%에 불과하다.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 시장을 확대하지 않는 한 경기침체 때마다 수출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본도 8개 대기업이 출자한 '라피더스'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인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올리는 데 그쳤고, 대학과 야심 차게 추진한 반도체 계약학과도 인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다시 15%로 높이는 정부 입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됐지만 여야의 견해차가 커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과 대만의 세액공제율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를 위해 정치적 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문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