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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1·3 규제완화 한달, 달라진 것은

[테헤란로] 1·3 규제완화 한달, 달라진 것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수)' '부린이(부동산+어린이·부동산 초보)' '벼락거지(자산가격 급등으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등장한 단어들이다. 모두 급등한 집값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들의 상황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집값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곤두박질하고, 대출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사이 부동산 정책도 규제 강화에서 완화로 급선회했다. 올해 초 발표된 1·3 규제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연초부터 발표된 대대적 규제완화에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정책이 시행된 지 한달 남짓. 그동안 시장은 달라졌을까. 조금씩 거래가 나타나고 집값 하락폭도 줄고 있지만 아직 '관망세'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각종 규제책을 대폭 풀기는 했지만 좀 더 보완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서 재건축에 물꼬가 트였지만 이후 과정은 여전히 지난하다. 재건축이 초과이익환수제에 묶이면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례는 또 있다. 최근 확대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민간 매입을 통한 시장 자율적인 미분양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민간 매입에 세금이나 주택 수 제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2년 반 가까이 한국은행을 출입했다. 그동안 매번 그들의 디테일에 감탄하곤 했다. 한은 총재가 언급하는 단어 하나, 금리결정 발언, 가끔은 총재의 넥타이 의미까지. 정말 치밀할 정도로 세부적인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의 행간의 의미가 기사가 되곤 했다. 그리고 시장에 영향을 줬다. 한은이나 한은 출입기자들이나 여느 출입처보다 특히 더 빈틈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그랬다.
상대의 섬세함에 마음이 움직일 때가 많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필요를 상대방으로부터 알게 될 때,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상기시켜 줄 때, 나의 말 한마디까지 잊지 않고 꼼꼼히 피드백을 할 때다. 시장이 움직이는 것도 정확한 판단과 세부적인 대응이 있을 때가 아닐까. 양보다 질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건설부동산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