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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유니콘 기업 1년새 반토막…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 40% 삭감 [돈줄 막힌 벤처 생태계 (中)]

고금리·고환율 등 복합위기에
벤처투자 감소 세계적 추세
업계 위기 속 자금난 심해지는데
관련 예산 줄어 '엎친데 덮쳐'

전세계 유니콘 기업 1년새 반토막…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 40% 삭감 [돈줄 막힌 벤처 생태계 (中)]
경기침체 속에 벤처투자마저 감소하면서 벤처기업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여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하는 등 흐름에 역행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글로벌 벤처투자 34.9% 감소

6일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벤처투자는 4151억달러로 전년(6385억달러) 대비 34.9% 감소했다. 벤처투자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 수 역시 크게 줄었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2021년 539개에서 지난해 258개로 1년 새 반토막 났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위기로 2022년 벤처투자가 미국 30.9%, 이스라엘 40.7% 감소한 것과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국내 벤처투자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벤처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는 한 벤처기업 대표는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최근 자금조달 논의를 진행했는데 3개월 안에 금융권 금리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최근 고금리로 인해 모험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역할 못하는 정부

금리인상 등 이유로 벤처업계에 돈줄이 마르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벤처투자에 있어 민간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예산을 40%가량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펀드다. 모태펀드는 중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한다.

실제로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 중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200억원과 비교해 39.7% 줄어든 수치다. 1조700억원에 달했던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무려 70% 감소했다.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벤처투자가 민간 주도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민간 벤처모펀드를 만드는 한편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캐피털이 출자금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벤처기업에 자금이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투자 촉진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로 인한 국내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인 상황에서 모태펀드 예산까지 줄어들면서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는 "모태펀드 예산이 줄면서 올해 1차 출자 평균 경쟁률이 7.5대 1에 달했다"며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올해 경제상황이 많이 안 좋은데, 모태펀드 예산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부분은 아쉽다"며 "예산이 줄어든 대신 정부가 기업친화적 세제 혜택과 함께 인프라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태펀드 예산이 줄면 민간 출자자들 투자 역시 비례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이 적절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김주영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