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연임으로 10년 금융지주 회장 '옛말'
금융위 지배구조법개정안 1분기 입법예고
[파이낸셜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까지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손질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이 모두 교체된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셀프연임'으로 인한 장기집권을 막겠다는 것이다.
5대 금융지주 회사들의 간판 /연합뉴스
이사회 독립성 강화해 경영진 견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국은 2020년 6월 정부가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배구조법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해 1·4분기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윤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해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마련하라고 내부에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전망이다. 횡령 등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이사회 덕분에 무리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 '활동평가'에 참여하는 등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 구조에선,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지배구조법개정안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는 결의엔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 대표이사의 참석과 의결권 행사도 금지한다.
금감원도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및 이사회 기능 제고를 내세웠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현황과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점검에 나서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 또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해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사회 사무국 조직 확충을 비롯해 이사회 기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만큼이나,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새해 업무 계획을 통해 주주 활동 공시 강화 등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년 금융지주 회장은 이제 옛말
이로써 금융지주 CEO의 장기집권시대는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지주 CEO는 3연임, 4연임 등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해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018년, 2021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4연임), 지난해 3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뒤 2017년과 2020년 두 번 연임하고 현재 9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개입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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