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시한 선진화 정책
사외이사 전문성·다양성 강조
업계 "회장 의지만 있다면 가능"
'경제정책 어젠다' 집필한 임종룡
尹정부표 이사회 개혁 첨병될 듯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은 '경제정책 어젠다 2022'가 앞서 제시한 내용과 유사하다.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황제 경영'을 막기 위한 첫 단추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은 국가 재정 시스템의 기초이자 '공공재'의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CEO 등 임원 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호응해 금융감독원도 이사회 구성부터 의사결정까지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질적으로는 '이사회가 얼마나 견제기능을 잘하는 것인지' '친(親)CEO 인사들로 구성된 건 아닌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정권 차원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 어젠다 2022' 공동저자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와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 투명한 사외이사 절차에 대한 모범답안을 내놓은 만큼 이제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에서 본격적인 현실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 어젠다 구상대로 진행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회장을 필두로 내부 권력이 황제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셀프 연임·황제 경영' 문제 배경에는 '거수기 이사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금융사의 의지와 태도가 관건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수장이 의지가 있다면 이사회를 움직여 공감대를 형성,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위원회 대부분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고, 이사들의 역량도 분석·공시하는 KB금융지주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책에서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출발점은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라고 강조한다. 사외이사 공모를 시도하고, 공시자료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 점도 좋게 평가한다.
또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행동 △이사 및 주주의 책임성 강화 △기업문화와 관행의 개선 등을 통해 지배주주를 견제할 것을 책은 제언한다.
■KB·우리금융에 부는 변화의 바람
금융권 관계자들은 회장이 의지만 있다면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아도 금융지주 스스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의지가 있는 수장이라면 이사회를 소집해 관련 안건을 올리고, 화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이사들은 회장의 의중이 어디 있는지 살필 수 있다"며 "여기에 금융당국 가이드라인까지 나온다면 아무리 민간 금융지주라고 하더라도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우리금융지주에서 이 같은 변화가 가장 먼저 예측되는 이유다. 임 내정자는 현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금융사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사실상 같이 구상한 인물이다.
임 내정자는 특히 가장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많은 역량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의 '2021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가장 많은 권력이 쏠리는 회장추천위원회를 상임·비상임 이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보완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제출된 내용보다도 엄격한 조치다. 또 이사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의 업무처리 기준과 절차, 결과, 지배구조 내부규범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분야를 분석한 이사회 역량 구성표도 공시한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