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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유출 막아라"... K-반도체, 임직원 자기계발에 '사활'

"인재 유출 막아라"... K-반도체, 임직원 자기계발에 '사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4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 단순 임금상승에 그치지 않고 '워라밸'(일과 가정의 밸런스) 보장은 물론, 이제는 임직원들의 자기계발 지원에 발벗고 나서 화제다.

"인재 유출 막아라"... K-반도체, 임직원 자기계발에 '사활'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동탄에 임직원 교육을 위한 ‘DS 에듀센터’를 개소했다. 사진은 DS 에듀센터 라운지 모습. 삼성반도체이야기 SNS 갈무리

"구성원 성장이 회사 및 산업의 성장"

"학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막상 업무를 하다보니 공정 기술이 많이 어렵고 복잡해서 제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DS University 교육을 2년째 수강 중입니다. DS University 이미지 센서 설계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업무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제가 낸 아이디어들이 실제 제품에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차세대 TD팀 김자명 프로)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유튜브 채널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은 최근 '취준생 주목, 당신이 삼성전자 반도체에 와야 하는 이유'라는 이름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영상에서 삼성전자는 DS부문의 사내교육 프로그램인 DS University를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14일 기준 18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DS University는 사내·외 최고수준의 전문가들이 △공정소자 △설계 △마케팅·영업 △품질 등 430여개 직무관련 교육과 △F1 제대로 즐기는 법 △별자리 보는 법 △코드리뷰 등 이색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돕기 위해 '오아시쓰' 제도를 도입했다. '1년에 최소 5( )일은 나( )의 성장을 위한 간으로 자'라는 의미로 1년 중 5일 이상 온라인 교육 등 자기계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삼성전자 DS부문은 임직원들의 자기계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DS동탄에듀센터'를 운영 중이다. 1층 로비를 제외한 2~11층 전층을 개인학습실, 강의실, 휴게실 등이 갖춰진 교육 복합공간으로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캠퍼스마다 교육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해당 캠퍼스는 업무적으로 벗어난 환경이 아니어서 DS동탄에듀센터는 교육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성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게 더 나아가서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공감대가 회사 내에 있다"며 임직원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인재 유출 막아라"... K-반도체, 임직원 자기계발에 '사활'
삼성전자공과대학교의 수업 모습(좌)과 졸업식 모습.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갈무리

'고졸 신화' 양향자 의원 동문인 '이곳'

삼성전자는 사내교육 프로그램인 DS University에서 더 나아가 사내대학인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도 운영 중이다.

SSIT는 임직원들이 학·석·박사 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반도체 기술, 이론은 물론 업무에 적용 가능한 현장 전문 지식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이다. 9년차 메모리Etch기술팀 설비 엔지니어인 엄기상 프로는 "학문적 배움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서 "실무 베테랑이신 교수님들 덕분에 업무 중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 시야도 넓어졌다"고 학사과정 졸업 소회를 밝혔다.

SSIT는 1989년 학위 과정이 없는 반도체 사내 기술대학으로 출범했다가 2001년 교과부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최초 사내 교육기관이 됐다.

이 때에는 전문학사과정이었으나 평생교육법을 근거로 교육부가 정규 학사학위과정으로 인정하면서, 2005년부터 졸업생은 SSIT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대학원(석·박사) 과정을 마치면 인재육성 산학협동 협약을 맺은 성균관대 학위가 나온다. 일반 대학과 달리 삼성전자공대는 3학년 9학기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입학 기회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임직원들에게 주어진다. 등록금은 따로 없고 학위 과정에도 급여는 100% 받는다. 유명 동문으로는 여성 최초로 고졸 출신 삼성전자 상무가 된 양향자 전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있다.

양 위원장은 수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SSIT에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자 양 위원장은 SNS를 통해 "과감한 7·4제(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근무제) 도입으로 일과 후 학업을 병행하고자 했던 사원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사내대학을 만들어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였다"며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인재 유출 막아라"... K-반도체, 임직원 자기계발에 '사활'
SK하이닉스와 KAIST 의 '반도체전문석사' 프로그램 협약식 모습. SK하이닉스 뉴스룸 갈무리

SK하이닉스, KAIST와 손잡고 지원

SK하이닉스는 임직원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석사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반도체전문석사' 과정으로 확대하면서 임직원들의 자기계발 지원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기존 'V-KEPSI'라는 이름의 과정을 운영 중이었다. 해당 과정은 반도체 설계·소자·공정·제품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SK하이닉스가 2018년 개설한 산학 협력 교육 과정으로 지난 5년간 SK하이닉스 구성원 48명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31명의 석사가 배출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전문석사'로 확대된 신설 과정을 통해 반도체 전문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하고, 교육의 전문성·현장성·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특히 반도체 특화 교과목을 신설하고 현업 연계 범위를 넓혀 오는 가을학기부터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번 과정은 총 3년 6학기 동안 참가자들이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며 진행된다. 평일 주 2일(사내 원격 1일·학내 수강 1일) AR, VR 등 실시간·실감형 교육이 진행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현장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2017년부터 사내대학인 SKHU를 운영 중이다.
SKHU는 학기와 학점 등 대학 학제를 채용해 8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D램, 낸드, 품질, 미래기술 등 직무별 12개 컬리지(College)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모두 입교 대상으로 전문 분야 선배들이 사내강사로 활동하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K그룹의 사내교육 플랫폼 '마이써니'는 인공지능(AI), 행복, 사회적 가치 등 8개 분야로 출발해 현재 미래 반도체, 환경 등 13개 분야에서 2000여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확장돼 기본 지식부터 현장 기술인력에게 필요한 전문 영역까지 폭넓은 수준의 강좌를 제공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