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5명 중 1명은 의대 목표
-직업 안정감과 고소득 보장이 주 원인
-강남지역을 필두로 주요 학원가에 '초등 의대입시반' 속속 등장
-다만 학부모의 왜곡된 사교육 우선주의 폐해도 우려돼
-미래세대 생산가능인구의 특정 분야 집중 등 직업안정시스템 변질 가능성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초등때부터 의대 입시반 보내야" vs "아이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는데..."
#. 슬하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이모(37)씨는 최근 학부모 모임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했다.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의대반'이 있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하면서다. 현재 이씨 아들은 종합반 학원과 미술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벌써부터 아이를 의대반에 보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자니 지금 다니는 학원을 바꿔야 할 지, 학원 수를 늘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지금부터라도 의대반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
의대 보내는 게 아이를 위한 일은 아니겠지. 아이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는데…'라는 생각에 그저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의과대학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의대 열풍'이 한 참 뛰어놀 나이의 초등학생을 조기 입시 사교육의 장(場)으로 내몰고 있다. 아직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정립되기도 전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원에서 의대반까지 신설하는 이른바 '초등 입시 의대반' 현상이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성행, 씁쓸한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유명 학원가 지역에 초등 의대반 운영이 토착화될 경우, 그렇잖아도 미래의 대학 및 직업관련 인재 분포가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중생 5명 중 1명은 "의대 목표"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반이 확대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연령대가 접수하는 이들 학원은 10명 이하의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다. 학생들은 의대반이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며 그 경쟁률은 최대 10대 1까지도 올라간다고 전해졌다.
학원가의 이러한 의대반 운영 풍토는 최근 입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우수한 이과 인재가 모두 의대로 쏠리기 때문에 교육계에선 '블랙홀'과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부산 고신대 의예과 정시모집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1년 13.3대 1에서 올해 32.7대1로 치솟았다. 대구가톨릭대도 12.5대 1에서 28.7대 1로 상승했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소재 12개 의대에서 이월인원은 1명도 나오지 않기도 했다.
초·중학생 5명 중 1명은 대학 진학 시 의학계열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이 지난 4월10~24일 초등부 엘리하이·중등부 엠베스트 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1.6%가 의학계열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23.9%로, 중학생 20.2%보다 높았다.
초·중학생이 최종 목표로 하는 대학 전공 표 /자료=메가스터디교육 제공
"가장 우수한 인재는 성형외과 의사가 된다"
의대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원인으로는 타 직업 대비 소득수준과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등이 꼽힌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 평균 임금은 2억306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통계청이 공개한 일반 정규직 근로자의 연봉 4431만원보다 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한 의사의 임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5.2%가 올랐을 정도로 상승률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서울 대학 사립대 총장은 "의대 쏠림 현상은 노동 시장의 불균형이 만들어 낸 하나의 병리 현상"이라며 "사회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미래를 보장받는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범부처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고 알려졌다. 저출산처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공계 인력 유출이 더 심화될 경우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반도체 인력 양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문과에서 이과로 움직이고, 이과에선 이공계보다 의대를 선택한다"라며 "이후 의대에선 생명과 직결되는 전공보단 피부과나 성형외과로 가는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돈 잘 벌고 편한 직업을 택하는 것.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성형외과 의사가 되는 추세"라며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려면 의사에 준하는 파격적인 처우를 보장하고 의대와 대칭을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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