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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정의 정립해야…대전환 필요해"

박후근 경상북도 인재개발원 원장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를 출간

"한지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정의 정립해야…대전환 필요해"
박후근 경상북도 인재개발원 원장

[파이낸셜뉴스] "지금은 한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후근 경상북도 인재개발원 원장은 20일 한지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전통한지의 품질표준화와 공공부문 사용의무화 등 진흥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 원장은 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7년간 발로 뛰어 연구한 박사 논문을 토대로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를 출간했다. 박 원장은 이 책을 토대로 전통한지의 현황과 정책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전통한지업체는 폐업이 계속돼 1996년 64개에서 2021년 19개로 감소한 상태다. KS(한국산업규격)의 한지품질규격은 부실한데다 2006년 이후 등록업체가 한 군데도 없다.

또한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341억 원의 국고보조금, 지방비가 한지에 집행됐지만 전국 19개 한지 업체에 지원된 금액은 7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 원장은 "한지에 관한 개별법이 없고 한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정의조차 정립되지 않았다"며 "전주시·의령군·안동시에서는 '전통한지'와 '지역한지'를 다르게 정의해 '수입산 닥 사용' 및 '기계장치를 이용'해 만든 종이도, 한지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정부의 한지 실태조사에서는 국내산 닥이 아닌 수입산 닥,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해 만든 것가지도 한지에 포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전통한지의 진흥을 위해선 전통한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의 주원료를 국내산 닥으로 하고, 제조기술은 손으로 만든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공공부문에서의 전통한지 사용 의무화가 도입되어야 하고, 한지 품질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록용·서화용으로 한지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국고보조금 집행액 중 일정 부분(10% 이상) 만이라도 전통한지 소비 진작에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학계에서 국내 최고의 한지 정책 연구가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40년 이상 한지를 연구한 김호석 화백은 "박 원장은 현장에서 답을 구했고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해법 또한 매우 구체적"이라며 "전통문화의 원형을 찾고 복원함은 물론 나아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확보한 것은 큰 성과이다. 연구 성과가 현실화되어 한국문화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평했다.

한편, 박 원장의 저서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에는 전통한지를 진흥시키는 취지에서 100% 전통한지에 그린 수묵화가 작품 9점이 실렸다.

"한지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정의 정립해야…대전환 필요해"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