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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상장, 2021년으로 끝...韓 자본시장 매력도 어쩌나

2021년 3월에 상장한 美 네오이뮨텍이 마지막 상장한 외국 기업 38곳 중 16곳이 상장폐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핵심 원인


최근 5년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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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2019 2020 2021 2022 2023
상장 기업 수 1 2 2 0 0
(한국거래소)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에 문을 두드리는 외국기업들의 발길이 끊겼다. 국내 시장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한국시장에 이름을 올릴 매력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은 2021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3월 미국 바이오기업 네오이뮨텍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외국기업은 전무하다. 네오이뮨텍의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온전한 외국기업이라 볼 수도 없다.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 진출은 2009~2010년의 전성기를 지나면서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이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외국기업은 달랑 4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금까지 상장한 외국기업 38곳 가운데 16곳이 상장폐지 되는 등 질적으로도 미흡한 형편이다.

외국기업의 상장은 2011년 중국 섬유회사 고섬이 상장 두 달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2016년 7개 기업이 상장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했으나 중국기업들의 허위공시, 고의 상폐 등 논란이 이어지며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외국기업의 부실 논란에 거래소는 상장 문턱을 높이고 우량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평가를 받는 시장에 외국의 우량 기업이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외국기업들을 유인할 요인이 마땅치 않다”며 “그나마 바이오기업의 상장 사례가 많은 점도 바이오는 높게 쳐주는 측면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쿠팡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것처럼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외국기업이 국내에 상장을 하면 원화를 조달하게 되는데 환전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디스카운트가 돼 있는 시장에 더더욱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들에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물론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거래소와 국내 증시의 국제적인 인지도와 경쟁력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몰려오는 미국 나스닥과 비교했을 때 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시장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키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거래소는 유치전에 나서며 외국기업들에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외국기업 상장을 맡고 있는 거래소 혁신성장팀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해외에 나가 홍보를 못하면서 상장이 끊긴 측면도 있다.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들의 해외 활동도 위축됐다”며 “올해는 외국기업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