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 관설동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절도녀 집에 찾아갔더니.. 울고있던 2개월 갓난아기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적발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라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 경사(34)는 처음엔 A씨 말을 믿지 않았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들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으레 써먹는 '뻔한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고 경사는 A씨와 함께 그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고, 그곳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의 모습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었다.
마트로 돌아가 분유 사비로 사준 경찰관.. 뒤늦게 알려져
사연을 전해 들은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한 뒤 A씨에게 건넸다.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고 경사는 "A씨가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라고 하는데 초보 아빠로서 절도범이 '오죽하면 그랬을까'하고 짠했다"라며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넸다"라고 말했다.
고 경사는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
사건 일주일 뒤 A씨는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라며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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