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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주식백지신탁제 손질, 가상자산 반드시 포함돼야

이해충돌 방지 개선안 마련
시대변화 맞는 개편안 기대

[fn사설] 주식백지신탁제 손질, 가상자산 반드시 포함돼야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사진=뉴스1
고위 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 제도가 수술대에 오른다.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8년 만에 손본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고한 연구용역 내용을 수정보완해 이달 중 재공고할 방침이다. 이번 주식백지신탁 개선 목표는 달라진 금융시장 환경을 반영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도출하는 것이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주식백지신탁 제도의 보완작업이 급물살을 탄 이유가 있다. 민간인 신분에서 고위 공직자가 됐다고 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해야 된다는 결정에 불복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한 경우 직접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혹은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한 뒤 금융기관이 60일 이내에 이를 처분해야 한다.

이 같은 처분은 '이해충돌'이라는 관점에선 맞다. 그러나 2005년 도입된 이 제도가 금융환경이 바뀐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위 공직자가 된 당사자들이 백지신탁하라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사례가 느는 것이다. 일각에선 민간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은 인재를 공직자로 흡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기존의 비탄력적인 제도를 일부 현실화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보유 논란도 주식백지신탁 제도 손질의 빌미가 됐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에 개입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우려가 크다. 전형적인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이 같은 핵심 쟁점 외에도 현존하는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곳곳에 허점이 많다. 따라서 기왕 메스를 대는 김에 최근 논란이 불거지는 쟁점 외에 전반적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견지해야 할 두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실효성 있는 개선이어야 한다. 시대 변화를 반영해 죽은 문구가 아닌 살아 있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공직자 확보가 중요해진 시대에 맞춰 공직자의 주식 매각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속속 등장하는 점을 감안해 신탁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주식백지신탁 제도 개선의 핵심 기조는 '이해충돌 방지'이다. 실효성 있는 조치라는 게 공직자의 개인자산 소유를 느슨하게 허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면 엄격한 조치를 내리되, 확대해석을 낳는 추상적 문구는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20여년째 그대로였다. 금융과 경제환경이 초스피드로 바뀌고 있으니 이참에 제대로 된 전면손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