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비트코인의 독주가 시작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 신청한데 이어 또 다른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도 같은 상품을 상장 신청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SEC가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코인시장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SEC 칼 휘두를수록..."비트코인 강해진다"
글로벌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BTC)은 24시간 전 대비 1.41% 오른 2만6790.5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5200억달러로, 가상자산 전체 시장의 비중(도미넌스)은 48.5%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 비트코인 시총은 5250억달러를 기록하며, 도미넌스가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50%를 넘은 것은 2021년 5월 이후 2년 만이다.
비트코인 선호 현상은 SEC가 알트코인을 강하게 규제하면서 두드러졌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3월까지 40%선에서 횡보해왔다. 4월 이후 45%대를 넘긴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이달 들어 47% 이상으로 오르는 추세다.
SEC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증권법을 위반으로 기소했다. 규제 기관에 등록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증권 거래 기능을 제공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두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19종의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했다.
19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알트코인이 증권이라는 것이 개리 겐슬러 위원장 체제 아래 SEC의 기조다. 겐슬러 위원장은 “대부분의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며, SEC의 관할권 내에 있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SEC 규제 칼날에서 비트코인만 자유로운 상황이다. SEC는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 뉴스1 제공
비트코인 ETF 생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하려고 한 것도 비트코인 독주의 요인이 된다. 지난 16일 블랙록은 SEC에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iShares Bitcoin Trust)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상품은 이름에서 보듯 ETF가 아닌 '신탁(Trust)'이다. 크립토 인플루언서 폼프(APompliano)는 "신탁과 ETF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동일하지만, 규제 승인에서는 다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산을 상품으로 보유하게 설정돼 있어 상품 기반 ETF처럼 운영된다. 또 나스닥에 상장되고 티커(종목코드)도 부여되는 것을 보면 기존 ETF와 매우 비슷하다. 에릭 발츄나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도 “신청서를 보면 기능적으로 ETF와 다르지 않다”며 “ETF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풀이했다.
블랙록은 올해 1·4분기 말 기준 총 관리자산(AUM)이 9조1000억달러(약 1경1647조원)에 달한다. 이번 ETF 신청서 제출은 지난해 8월 북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후 가상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기관투자를 시작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신청서에 따르면 코인베이스가 커스터디(수탁)를 맡게 된다.
이 상품이 통과된다면 1경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블랙록이 ETF 운용을 위해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엄청난 매수세가 들어와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거란 기대감이 형성된 이유다.
그레이스케일, 반에크,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 여러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지만, 모두 SEC의 반대에 결국 좌절됐다. 블랙록은 현재까지 출시 승인을 신청한 576건 중 575건이 SEC에서 통과됐다. 미승인 사례는 지난 2014년 1건이 유일하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기반 ETF 출시 가능성은 지금 비트코인에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호재”라고 말했다. 또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는 “만약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가 출시까지 이어진다면,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태계 교란' 우려도
뉴스1 제공
업계에서는 블랙록에 이어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도 현물 ETF를 신청할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랙록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피델리티 등 대형 금융기관이 2023년 1·4분기에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도를 기록적으로 높였다"며 "특히 피델리티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에 대한 지분 보유량을 1·4분기에만 각각 28.98%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카르다노 설립자 찰스 호스킨슨은 “블랙록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옹호자)들”이라며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우리 모두(가상자산 생태계)를 위협하는 광신도들”이라고 꼬집었다.
노엘 애치슨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블랙록은 신청서가 승인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제출한 것”이라며 블랙록 신청서의 승인 가능성을 부정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