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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으려고 벌떼입찰 뚫었는데…‘7400억 땅’ 해약 위기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급증
이달 중순까지 누적 7400억 넘겨
공사비 급등·미분양 증가 등이 원인
정부 대응에도 중견사 어려움 호소

아파트 지으려고 벌떼입찰 뚫었는데…‘7400억 땅’ 해약 위기
#.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A사는 지난 2020년 11월 파주 운정3지구 공동주택용지 계약을 체결했다. 무려 332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하지만 중도금을 연체하면서 현재까지 미납된 분양대금이 100억원에 이른다. 디벨로퍼인 B사도 이곳에서 연체된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만 2178억원(4개 필지)에 이른다.

LH의 올들어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가 이달 중순까지 7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연체금액(7491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 추세라면 올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5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연도별 공동주택용지 연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6월 15일까지 32개 필지에서 7472억원의 분양대금 연체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연체이자만 254억원에 이른다.

알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기 위해 한 업체가 수십 개 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까지 등장했지만 부동산 자금시장(PF) 경색과 공사비 급등, 미분양 증가 등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2018년에 2개 필지 94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2020년 586억원(6개 필지), 2021년 1308억원(13개 필지) 등으로 늘었고, 금리가 폭등하면서 PF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2022년에는 41개 필지에서 7491억원의 대규모 분양대금 연체가 발생했다.

올 들어 6월 중순까지 미납된 분양대금은 벌써 7472억원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조원을 넘어서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53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공동주택용지 연체는 수도권 택지지구도 예외는 아니다. 세부적으로는 남양주 역세권 2개필지(연체대금 1064억원), 화성시 동탄 1·2지구 5개 필지(698억원), 파주운정3지구 6개 필지(2387억원) 등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경우 2개필지에서 2개 회사가 206억원을 연체중이다. 영종신도시에서도 3개 업체가 3곳에서 175억원의 분양대금을 못내고 있다.

LH에 따르면 이들 택지는 최초 분양 당시 경쟁률이 많게는 수백대1을 기록한 바 있다. 파주 운정3지구의 경우 300대1, 인천 영종의 경우 288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분양대금을 연체 중인 업체는 대부분 중견 및 시행사다. 한 시행사 고위 임원은 "PF 브릿지론을 연장해 고금리의 이자를 지불하느니 연체하는 게 훨씬 낫다"며 "일단 상반기는 버텨보고 하반기 때 계약 해지 등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H 연체 이자율은 8.5%인 반면 PF 금리는 최소 10%대다.

정부가 PF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견 및 시행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적 보증기관까지 대형사의 신용보강 없이는 브릿지론 연장 등을 해 주지 않는 분위기다.
중소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사를 끼지 않으면 PF 연장도 쉽지 않고, 본 PF 전환은 아예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부장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해결 방안으로 택지 맞교환, 전매제한 허용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경기침체로 주택 공급시장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공공주택 공급계획에 차질없도록 대응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