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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원회 , 금통委 수준의 독립성 확보해야 [테헤란로]

전기위원회 , 금통委 수준의 독립성 확보해야 [테헤란로]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발주한 ‘전기요금 결정체계 개편’ 연구 용역 마감이 불과 4일 남았다. 전기요금 결정권에서 사실상 무력한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지만 과연 정부가 전기위원회 독립성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해 한국전력 적자는 3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 1·4분기(6조1776억원)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40조원을 넘어선다.

이 같은 한전의 적자는 잘못된 요금구조에서 기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 전기요금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2001년 출범한 전기위원회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심의 권한을 갖는 최종 결정 기구다. 한국전력이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 전기료 인상·인하를 신청하면 전기위가 이를 심의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 관리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지지율 등 정치적 셈법이 전기요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 이후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주장했고, 지난해 7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하지만 1년 만에 입장이 바뀐 모양새다. 전기요금 결정에 여당인 '국민의 힘'이 개입하면서 2·4분기 전기요금은 8원 인상에 그쳤고, 3·4분기는 동결됐다. 산업부는 전기요금 동결 이유로 국민 부담을 고려한 '속도조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정치적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금통위는 2021년 8월 이후 인플레이션과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렸고, 금리 부담에 소비자들은 대출을 줄였다. 이 같은 금통위의 결정을 정부와 정치권은 막지 못한다. 금통위가 가진 독립성 때문이다.
전기위도 마찬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전기는 누구나 써야 하는 공유재이지만 쓴만큼 책임을 져야하는 소비재이다. 전기위가 독립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셈법에서 벗어나야 소비자들의 에너지 과소비 성향을 개선하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