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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수호에 中 회색지대 위협도 포함시키자 [fn기고]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레드라인 안넘고 중간지대 상황 유지하며 상대방 이익 잠식 방식
-韓, 中의 남중국해 내해화 '강건너 불구경' 안된다
-회색지대전략 무력화위해 흑백지대 전략 구상할 때

[파이낸셜뉴스]
서해수호에 中 회색지대 위협도 포함시키자 [fn기고]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로 발생한 3대 사건(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진행해 오고 있는 법정기념일이다. 바다에는 눈에 보이는 국가간 경계선이 없다. 육상에는 군사분계선을 알리는 표식이 있지만 바다에는 이런 것이 없다. 바다에 표식이 없다고 국가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해와 서해의 남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은 사실상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기능해 왔다. NLL이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55용사와 같은 군인의 피와 땀 덕분이다. 사실 해상 분계선으로 기능하는 NLL에서 표식이 없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한 작전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경계태세도 더 고강도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지켜내 온 것이다. NLL을 물샐 틈 없이 지켜냄으로써 한국은 서해에서 안보이익을 담보할 수 있었다.

한편 서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서해를 위협하는 당장의 군사적 위협이라면 중국은 '회색지대전략'을 적용하며 조금씩 서해에서 한국의 해양이익을 잠식해 오고 있다. 회색지대전략은 전쟁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지만 완전한 평화도 아닌 중간지대적 상황을 지속해 상대방의 이익을 조금씩 잠식하는 방식의 양상이다. 중국은 여론전, 심리전, 법률전으로 구성된 '삼전'이라는 정책이 있을 정도로 회색지대전략을 체계화한 상태다. 중국은 회색지대전략을 통한 장기적인 공세가 효과를 발휘하며 남중국해 내해화에 성큼 다가간 상태다.

한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내해화를 남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중국이 서해 내해화 시도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상에 관측 부이(Buoy)도 설치해 회색지대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은 서해 해상작전구역을 동경 123도선에 설정했지만 중국은 124도선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후 수시로 함정을 보내면 해상작전구역 기정사실화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20년에는 백령도에 40km까지 가까이 접근하는 일도 있었다. 북해함대 소속 랴오닝 항모전투단도 서해에서 현시작전을 강화하며 해양 영향력 확대에 돌입했다.

중국은 서해를 대상으로 정규군인 해군 군함을 이용해 점진적으로 해상현시작전을 강화하고 한국 측 해역에 점점 가까이 접근하는 방식과 비정규군 성격의 자산으로도 회색지대전술을 병행해 구사하고 있다. 중국 어선은 '해상민병'이라고도 불리는 준군사조직이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통제를 받기에 언제라도 서해 내해화 시도의 첨병으로 활동이 가능한 회색지대 전력이다. 서해에서 이러한 중국 어선이 떼를 지어 무단조업을 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조업도 하지만 회색지대전술을 적용해 한국의 국익을 잠식하는 회색지대전략도 적용하는 것이다.

한중 간에는 아직 해양경계를 획정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중국은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서해 내해화를 달성하면 해양경계 획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셈법으로 서해에서 다양한 해상강압조치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회색지대를 상쇄하기 위한 흑백지대 전략 구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