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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 실리콘밸리] 인도를 아시나요

[왓츠업 실리콘밸리] 인도를 아시나요
팀 쿡, 일론 머스크,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거의 매일 이들의 이름을 본다. 이들의 활동은 우리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미국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 흐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한국 증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물 CEO들이 최근에 만난 동일 인물이 있다. 바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다. 이들은 지난주 미국을 국빈방문한 모디 총리를 찾아가 인도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주요 기업의 CEO 중 가장 먼저 모디 총리를 만난 머스크는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를 약속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디의 팬'임을 자처하며 거대국 인도 총리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말을 했다. 또 내년에 인도를 방문하겠다며 모디 총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의 경우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투자를 약속했다. 인도의 디지털화 기금으로 무려 약 13조원(100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직접투자를 약속한 CEO는 피차이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적 물류기업 아마존의 CEO 앤디 제시도 모디 총리에게 약 19조6000억원(15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만난 까닭은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했을 당시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모디 총리를 배려했다. 모디 총리가 세계 요가의 날 행사에 열중하면서 미국 첫 공식일정에 30분 정도 늦는 외교 결례를 범했음에도 말이다. 물론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에 인도가 우군이 되었으면 하는 전략이 바탕에 깔렸겠지만 인도가 오늘날의 위상이 아니었다면 모디는 약속시간에 맞춰 요가를 끝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를 초대해 열린 국빈만찬에는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현대화한 옷을 입은 참석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고 한다. 사리는 미국에서 인도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서부에서,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사리는 아주 쉽게 눈에 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리처럼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와 인도인의 파워는 상당하다. 미개하고 더럽고 덜 발전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국가가 아니다. 중국보다 많은 14억 인구를 통해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국가다. 그 14억 인구 가운데 정말 치열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엘리트들은 전 세계 최첨단 IT 기업들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로 넘어와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차이 구글 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CEO가 대표적이다.
우리도 이제 인도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인도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도의 강점을 파악해야 할 때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