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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한화 "최선 다했다"..'첫 군함 수주' 누가 웃을까

8000억원대 배치3 마지막 호위함 2척
현대중공업, 한화오션만 입찰제안서 내
방사청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심사 착수..5~6일 울산·거제조선소 실사
날 세우던 양측 "최선 다했다" 말 아껴
양사 모두 '약한 고리'는 갖고 있어
현대重 '설계도면 보안사고' 감점 커
한화오션은 배치3 기술스펙 등 약점

HD현대-한화 "최선 다했다"..'첫 군함 수주' 누가 웃을까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처음 맞붙은 8000억원대 호위함 2척 수주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달 중 확정된다. 사진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맞붙는 첫 군함 수주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달 중순께 결정된다. 수주 규모는 '미니 이지스급' 호위함 두 척으로 총 83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업체만 방위사업청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직전까지 날카롭게 대립하며 기싸움을 벌여왔던 양사는 입찰 이후엔 "최선을 다했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심사 착수..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5~6일 실사

5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울산급 호위함 배치3(Batch-III) 사업의 마지막 물량인 5,6번함 입찰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에 대한 사업장 현장 실사를 5~6일 이틀간 진행한다.

현장 실사는 입찰후 첫 절차로, 방사청이 입찰업체가 제안서에 담긴 설비, 인력, 조직 등의 현황을 실제 확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사청은 평가위원을 위촉, 제안서를 열람 심사한다. 이 기간에 입찰업체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된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결정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달 중 제안서를 평가해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선정된 업체와 협상이 결렬되지 않으면 해당 업체와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최저가 우선 평가에서 이번에는 제안서 종합평가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한다. 그간 '무임승차' 논란이 많았던 최저가 중심의 적격심사에서 기술력 중심의 제안서 평가로 방위사업관리 규정을 지난 1월 개정 시행했다.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에는 회사의 인적요소, 인프라 등 역량은 물론 배치3 관련 기술 사항 및 문제 해결 제안 등의 핵심으로 담겼다.

날 세우던 양사, 입찰 후엔 "최선 다했다" 말 아껴

이번 건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맞붙는 첫 군함 입찰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입찰 전까지 양사는 각자 "수상함 명가"라고 자부하며 상대업체를 겨냥해 신경전을 벌여왔다. 입찰이 끝나고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대결구도가 부각되고 관심이 과열되면서 실무 부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양사는 경쟁력과 리스크를 모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쪽이 수주에 성공할 지는 예측이 어렵다.

HD현대-한화 "최선 다했다"..'첫 군함 수주' 누가 웃을까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배치3 1번함(선도함)을 수주한 후, 건조를 끝내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사진은 지난 4월 울산조선소에서 3600t급 1번함 '충남함'의 진수식 모습.


HD현대-한화 "최선 다했다"..'첫 군함 수주' 누가 웃을까
한화오션이 지난 2018년 수주해 건조한 5600t급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 현재 시운전 막바지에 있으며 올 하반기에 해군에 인도된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0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강화도함 진수식 모습. 뉴스1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3 선도함(1번함)을 설계·건조한 경험이 강점이다. 지난 2020년 3월 1번함(선도함)을 4000억원에 수주한 후, 건조를 끝내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배치3 2~4번함은 중견 조선사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3300억~3500억원에 잇따라 수주, 현재 건조 중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제안서 작성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선도함을 설계·개발·건조한 업체가 후속함을 한번도 건조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배치3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과 성공적인 완료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치3 후속함 수주를 모두 놓쳤던 한화오션은 이번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체계와 복합식 추진체계를 적용하는 등 기술력에서 그룹사의 시너지가 강점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선도함(현대중공업)보다 뛰어난 후속함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지금은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다만 한화오션은 지난 2018년 이후 군함 수주가 전무한 상태다. 현재 시운전 막바지에 있는 5600t급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을 올 하반기에 해군에 인도하면 군함 건조 물량은 없다. 이번 5,6번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고 비장하게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重은 '보안 사고', 한화오션은 '기술 스펙' 약점

양사는 모두 '약한 고리'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차세대 구축함(KDDX) 설계도면 은닉 유죄 판결로 받게 된 보안사고 감점(1.8점)이 큰 리스크다. 이는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설계도면을·은닉 유출한 사건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2020년 KDDX 사업자(현대중공업) 선정의 적법성 여부를 감사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배치3의 기본 설계 및 선도함, 후속함을 건조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후속함의 기술적 사양(기술 스펙), 문제 해결 등에서 현대중공업과 차이가 있고, 설계·건조 관련 내용(정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와 한화, 양대 그룹의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한적인 국내 군함 수주를 놓고 양대 조선사의 과도한 소모적인 경쟁 구도는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경쟁사간 협업 및 기술 고도화, 수익 실현 등으로 선순환하도록 군함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