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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재료 통제에 유럽-日 들썩, 美 추가 제재 임박

네덜란드, 中 반도체 재료 수출 통제에 "EU가 나서야"
日 역시 中 조치에 "적절한 대응" 검토
中 반도체 옥죄는 美,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막을 수도

中 반도체 재료 통제에 유럽-日 들썩, 美 추가 제재 임박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 차이나'에서 반도체 생산 장비가 전시되어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각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핵심 재료 수출을 막는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유럽과 일본 역시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전망이며 미국은 중국이 아예 첨단 반도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막을 생각이다.

유럽·日 역시 中 수출 제한 반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외무부는 4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반발했다. 외무부는 "이번 조치가 유럽 및 네덜란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 정책에서 유럽연합(EU)의 권한을 감안했을 때 EU가 우선 중국의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2021년 기준 매출 순위에서 세계 2위지만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장비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ASML은 현재 전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적극적인 로비에 따라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30일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특정 장비를 수출할 때 의무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9월부터 이를 시행한다고 알렸다. 외신들은 허가 대상 장비 목록에 DUV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으며 3일 발표에서 8월부터 중국의 갈륨과 저마늄 수출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가지 희토류는 모두 반도체의 핵심 재료로 중국은 세계에서 해당 광물들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독일의 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도 4일 연설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이번 조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소냐 고스포디노바 대변인 역시 중국의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의 규제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행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도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결정을 언급하고 "국제 규정 등에 비춰 부당한 조치가 있다면 규정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에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대상으로 규정해 이달 23일부터 수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2021년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반도체 장비 업체다.

美, 클라우드까지 막으며 中 첨단 산업 압박
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및 첨단 산업을 견제해 온 미국은 중국으로 가는 고급 반도체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원격으로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틀어막을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 기업들이 중국 손님을 받지 못하게 제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기업은 각각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애저'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처리해야할 데이터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처리한 뒤 그 결과를 받아보는 서비스다. 주로 고성능 장비를 직접 사기 곤란한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동시에 첨단 반도체 제작을 위한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쓰이는 고성능 제품인 'A100' 대신 상무부가 정한 성능 최고값에 못 미치는 열화판 제품인 ‘A800’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미 싱크탱크 조지타운 안보·첨단기술센터의 에밀리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미 정부의 수출 통제로 A100을 직접 구입하기 어렵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A100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등은 새 규제 시행되면 중국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WSJ는 이와 별도로 미 정부 및 의회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미국 사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WSJ는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 규제를 공식적으로 법조항에 넣지 않았다며 그동안 관련 업계 및 동맹국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한을 포함한 최종 수출 통제 규제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전망이다. WSJ는 최종안에는 반도체 규제 폭이 지난해 발표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미 기업들이 A800 같은 열화판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신문은 미국이 네덜란드 및 일본과 함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제한 목록을 통합하여 공동으로 수출 제한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세계 반도체장비 매출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4위 기업 램리서치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한편 WSJ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달 6~9일 중국을 방문한다며 미 정부가 최소한 옐런의 방중 이후에나 새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