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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부동산 시장과 킬러문항

[강남시선] 부동산 시장과 킬러문항
'수능이 어려우면 집값 오른다.' 학부모라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동산시장의 통설이다.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과 2001년 불수능이 기폭제가 됐다. 당시 사교육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전국에서 강남 8학군으로 몰려들어 자연스럽게 학원가도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대치동은 명실상부 사교육 1번지로 등극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1980년 1월 입주 당시 분양가 2339만원에서 수능이 어려워진 2001년에는 3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에는 23억5000만원으로 분양가의 100배를 찍었다.

비슷한 시기 입주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역세권 M아파트 동일 면적은 2019년 말 5억원 안팎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인프라와 접근성 등 입지경쟁력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학군프리미엄을 빼놓곤 40여년간 벌어진 이 같은 초격차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 3월 기준 대치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7443만원으로 서울 평균 매매가 4084만원과 비교해 약 82%나 높다. 사교육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맹모가 현시대를 살았다면 집값에 혀를 내두르고 자포자기했을 듯싶다. 자식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묘지 인근에서 시장, 서당 근처로 과감히 집을 옮긴 모정의 위대함은 맹자라는 동양사의 현자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당으로 이사하지 않은 것은 넉넉지 않은 살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동묘지와 가까운 곳에 살았던 것도 이를 짐작게 한다. 두 번 만에 서당 근처로 간 게 천만다행이지 높은 사글세나 집값 등으로 여러 차례 옮겨 안착했다면 우리가 아는 맹자가 아닐 수 있다. 이전 환경에 익숙해져 서당 근처에서 장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흙수저인 맹자는 현명한 어머니 덕에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등골 휘는 집값과 사교육비 때문에 교육열만으론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정부의 사교육 혁신이 폭넓은 지지를 얻어가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인식이 전반적으로 짙어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당장 가시적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론 과열된 사교육 열기를 진정시키는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다만 강남 등 학원 밀집지역의 수요 증가로 집값이 들썩이는 부작용이 수그러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책 지속성과 공교육 신뢰성 회복 없인 일장춘몽이 될 수 있다.


집값격차가 교육격차라는 인식이 굳어진 대한민국의 맹모들에게 킬러문항은 부동산과 사교육이었다. 학부모들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굳이 이사하지 않아도 맹자를 길러낼 수 있는 '맹모불천지교(孟母不遷之敎)'가 정설이 되는 날, 사교육이 부동산시장을 흔드는 것도 옛말이 될 것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