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기업들이 여름 보너스철을 맞아 평균 815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액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수준으로,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내수 경기가 살아나면서 비제조업의 상여금 인상 폭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역대급인 3% 이상의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임금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민 절반은 이번 여름보너스를 저축에 묶어둘 계획이다.
■보너스 받아도 살림살이 팍팍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상장사 406곳을 대상으로 2023년 여름 상여금을 최종 집계한 결과(6월 30일 시점) 전 산업의 평균 지급액은 전년 대비 2.60% 증가한 89만4285엔(약 814만8635원)으로 2년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특히 비제조업 분야에서 역대 최고 증가율인 9.96%를 기록하면서 전체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같은 보너스 지급에도 일본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가 임금보다 더 올라 실질임금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5월 실질임금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2023년 춘계 노사협상에서 최종 임금 인상률은 3.58%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이를 웃돈다는 것이다.
사카이 사이스케 일본 미즈호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여행 등 일부 서비스 분야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늘어난 여름 보너스만으로는 전체 소비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축배 없다… 50% "저축할 것"
30년 만의 고물가에 일본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번 여름 보너스를 저축할 예정이다.
닛케이가 지난 5월 26~28일 전국 20~59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2023년 여름 보너스 자금의 사용처로 '저축'(55%)을 가장 많이 택했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노후 자금이나 교육비 등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생활비 등 보전'도 41%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급여가 증가한 사람에게 증액분을 어디 사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생활비 등의 보전'(46%)이 1위였고, '저축'(37%)이 2위로 앞선 항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축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노후 자금'이 63%로 가장 많았고, '질병이나 재해 등 만일의 대비'(38%), '자녀교육자금'(33%) 등의 순이었다.
물가 상승을 느끼는 품목으로는 '식료품'(87%), '수도·전기·가스'(79%), '일용품'(53%) 등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을 꼽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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