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10월 경복궁에서 열린 '아시아모델페스티벌' 한복 퍼레이드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려·조선시대 의복이 과거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유행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중국의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1일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한국 복식 문화사: 한국의 옷과 멋' 학술회의에서 구도영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명나라 시기에 나온 저술인 '숙원잡기'(菽園雜記) 등을 토대로 "15세기 조선의 옷이 명나라의 부유층 패션을 휩쓸었다"고 주장했다.
치마 안에 받쳐 입는 속치마의 일종인 '마미군(馬尾裙)'이 상하이(上海) 등 중국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대유행했는데, 이는 조선의 마미군이 해상 교역을 통해 명나라 최고의 패션 도시인 쑤저우(蘇州)에 전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말총이 주로 제주에서 나온 점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한·중 관계의 외변에 위치한 제주도와 중국 강남지역의 문화교류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온라인과 학계 동향을 보면 중국이 주변국에 문화를 전파하기만 한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미군 사례를 보면 문화 상호 교류의 측면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세기 중국 작품인 '명헌종원소행락도'에 표현된 복장을 보면 조선에서 유래한 속치마의 일종인 '마미군'을 입어 치마가 마치 우산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이에 앞서 원나라 시기에는 고려의 복식 문화와 생활 양식인 '고려양(高麗樣)'이 유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고려시대 복식과 고려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김윤정 서울역사편찬원 전임연구원은 "14세기 원제국에서 유행한 '고려양'은 전근대 한·중 관계에서 전례 없는 문화적 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원나라 말기 관인이 쓴 시 '궁중사(宮中詞)'에는 '궁중에 의복이 고려 양식을 새롭게 숭상하니, 방령(方領·넓은 형태의 깃)에 허리까지 오는 반비(半臂·소매가 짧은 옷)라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원 궁정에서 유행했다는 '방령에 허리까지 오는 반비'는 모난 맞깃이 달리고 허리까지 오는 짧은 소매의 덧옷을 뜻하는데, 이는 고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를 주관한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들의 연구 결과가 한국 복식의 특징과 역사성을 확인하고 동아시아 문화 교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 한·중 시민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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