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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보다 비싼 영어유치원… 입시전쟁 출발부터 바로잡아야"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4) 사교육 시장 개선하려면
국회 교육위 간사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유아 조기학습부터 해결해야
그 핵심은 고액의 영어유치원

"의대보다 비싼 영어유치원… 입시전쟁 출발부터 바로잡아야"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부의 대입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킬러문항이 마치 사교육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 진단하는데 가설 자체가 틀렸다.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대학 서열화와 사회에 만연된 학벌 우선주의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킬러문항으로 대변되고 있는 사교육 문제의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단순히 킬러문항만 배제한다고 해서 사교육을 뿌리뽑을 수 없다는 의미다.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특히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가 아니라 너무 즉흥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해야 할 입시제도에 혼란을 야기하고 불안감을 조장한 것이 가장 문제"라며 "대통령이 졸속 즉흥 지시로 인해 공정해야 할 입시 룰이 깨져버렸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영유아 조기학습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의원은 "만 5세밖에 안 된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해서라도 입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사교육 시장을 개선하려면 출발선인 영유아 조기학습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핵심이 영어유치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교육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연금 개혁과 함께 내세운 3대 개혁과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되돌아보면 교육개혁은 갈 길이 멀다는 안타까운 확신이 들었다. 초대 교육부 장관인 박순애 전 장관이 만 5세 조기입학 논란으로 35일 만에 최단기 장관으로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 이주호 장관의 교육부는 헛발질로 위기를 자초하고, 그나마 있던 교육개혁의 동력마저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다.

그 원인은 교육부의 독단, 성급함, 무책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입 담당 국장 경질, 평가원장 사임, 평가원과 교육부 감사, 대형입시학원과 일타강사 세무조사 등 검찰식 때려잡기 프로세스가 교육에 고스란히 적용됐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해야 할 입시제도에 혼란을 야기하고 불안감을 조장한 것이 가장 문제다. 대통령의 졸속 즉흥 지시로 인해 공정해야 할 입시 룰이 깨져버렸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철회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실수를 감추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 교육, 특히 입시는 정치인들이 즉흥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교육부가 킬러문항 배제에 초점을 맞춘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다. 사교육 절감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급작스레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실행 가능하지 않거나 모순인 게 많다.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나. 킬러문항이 마치 사교육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 진단하는데, 과연 학생들이 킬러문항 맞히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것인가. 가설 자체가 틀렸는데 무슨 수로 답을 찾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대학 서열화와 우리 사회에 만연된 학벌 우선주의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근원적인 원인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 사회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다.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칼에 뿌리뽑겠다는 선언 자체가 즉흥적이고 무모하다.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절감 대책이 허울뿐인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자사고·특목고 존치 결정이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들어 사교육의 출발점이 영어유치원으로 낮춰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선행학습을 하고, 중학교 때에는 학원의 특목고반·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비가 집중된다. 영어유치원-특목고-대학서열화 이 트라이앵글을 없애야 하는데 오히려 자사고와 특목고는 늘리겠다고 하고, 영어유치원은 방치하고 있으니 모순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 대책이 정말 파편적인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대통령의 실언을 수습하기에 급급한 졸속 대책이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로 대학별 입시요건을 맞추기 위한 사교육비 증가 등 혼란이 우려된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어떤 방법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것인지 답이 없다. 수험생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하던 대로 준비하면 된다고 말한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고1·2 학생들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 크다. 그런데 하던 대로 하라니 참 무책임하다. 교육부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그럴 것이다. 선생님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른다. 안정적인 교육시스템을 흔들어 놓고 방관하고 있으니 이 정부는 너무 무책임하다. 대신 대학은 새로운 학생선발 기준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도 대비해야 한다. 그로 인해 또다시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대학 서열화가 강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위에서 강민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킬러문항 방지법이 계류 중인데.

▲국민의힘에서는 '킬러문항 없애자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고 불안 조장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우리는 킬러문항 없애자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발언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주장한 적 없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강민정 의원이 발의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공식적으로 반대했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교육부 장관은 수능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 의무를 위반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반대로 법안이 통과가 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의견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교육부 장상윤 차관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바 있다. 다음 법안소위에서 한번 더 논의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지겠는가. 충분히 사전에 검토하고. 의견수렴해서 체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수능문제가 어떻게 출제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쉬워도 문제, 어려워도 문제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이 지게 될 것이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계획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신중하지 못한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뿐만 아니라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마치 대통령실 대변인마냥 거수기 역할만 수행한 장관 책임도 크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벌어진 교육참사에 대해서 대통령도, 교육부 장관도 국민께 사과의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당시 당정협의에서 이주호 장관은 '윤 대통령이 수사하면서 입시에 대해 수도 없이 연구하고 깊이 있게 고민해 깜짝 놀랐고, 저도 많이 배운다'는 발언을 했다. 교육부 장관의 이 발언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지금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학생들, 부모님들을 조롱하는 정말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지난 6월 27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이 점에 대해 질책했고, 장관이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국감에서 또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생각은.

▲사교육 카르텔이 존재하는가. 누가 얼마나 부정적인 담합을 해서 어떤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인가. 적어도 이 문제를 지적하려면 사전에 어떤 문제가 킬러문항인지, 누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철저히 조사한 후 근거를 가지고 발표했어야 한다. 사교육비 증가의 정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대형학원과 일타강사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일타강사에 대해 '매점매석하며 떼돈 버는 사람' '일타강사 연수입이 100억대인 것은 초과이익을 취하는 범죄이자 사회악'이라고 악마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일타강사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노력했을 뿐인데, 이를 부정과 비리가 있는 것처럼 덧씌우는 건 악의적이다. 대형 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강의의 질, 서비스 때문이고 이건 학생들과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소비다. 연간 50만원 정도 비교적 합리적 비용으로 일타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게 불법인가. 강의에 필요한 교재를 파는 것이 불법적인 끼워 팔기인가.

세무당국이 강사 개인을 세무조사한다는 것도 매우 상식적이지 않다. 이권 카르텔 실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지시하니 뒤늦게 신고센터를 설치해 카르텔 찾기에 나선 교육부도 어이가 없다. 의사와 대기업 토건 카르텔 등 이런 고착화된 기득권 카르텔이나 혁파할 일이다. 재개발 카르텔 문제도 심각하다. 제가 얼마 전 발의한 청산위 관련 도시정비법 법안에 국민들 공감이 크다. 누가 봐도 분노하고 지지할 문제는 두고 엉뚱한 카르텔 프레임으로 분열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유보통합은 어떤 방식으로 가야 영유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나.

▲대통령이 진노한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1만원으로 사상 최대라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런데 영어유치원은 월 200만원가량 된다. 만 5세 전후의 유아들이 의대생보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정부가 조기 사교육 주범인 영어유치원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 5세밖에 안 된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해서라도 입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영어만큼은 조기교육으로 마스터해 놔야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 학원의 의대반, SKY반의 선행학습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어유치원은 사교육의 시작이자 입시경쟁의 출발점이다. 사교육 시장을 개선하려면 출발선인 영유아 조기학습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핵심이 영어유치원이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통해 질 높은 공교육과 방과후 수업으로 이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정말 현실성이 없다. 월 100만원 이상 되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방과후 수업에 만족하고 옮기겠는가. 물론 보편적인 교육으로 확대할 수는 있지만 사교육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이걸 사교육 대책이라고 하니 전형적인 탁상공론 아니겠는가.

*김영호 의원 약력 △55세 △서울 △베이징대(국제학) △서강대 중국학 석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현)
syj@fnnews.com 서영준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