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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약업계도 '반부패 폭풍'..다국적 업체도 '사정권'

- 중국 토종 업체와 다국적 제약사들, 조사 소문 '솔솔'.. 주가 하락
- 뇌물을 약 값에 포함, 소비자에게 전가해온 관행에 '메스'

中 제약업계도 '반부패 폭풍'..다국적 업체도 '사정권'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의약품을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사정 당국이 의료계의 부정·비리 척결에 속도를 내면서 제약 업계에도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제일재경과 21세기 경제보도 등 중국 매체가 3일 보도했다.

중국 내 의료·제약 산업의 비정상적 판매 행태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다국적 제약 회사도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A주 가운데 의료 분야 주가가 최근 들어 동시에 하락했다. 헝루이 의약 등 일부 제약 업체 사무실이 문을 닫았고, 데이터를 압수당했다는 소문의 영향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 차이나의 혁신 의약품 중국사업 발전 책임자인 주쟈캉이 사임했으며, 최근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됐다는 이야기도 시장에 돌았다.

제약 업계가 반부패 폭풍에 휘말린 이유는 그동안 만연했던 판매 관행에 있다고 매체들은 지적했다.

중국 제약사들은 판매 가격을 책정할 때 처방 의사와 병원 관계자에게 줄 뇌물을 미리 의약품 가격에 포함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왔다.

이는 선물 등 리베이트를 주는 행위와는 다르다. 중국 의료 당국은 이러한 행위가 약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매체들은 현재 제약 업계의 판촉 방법이 1985년 중국에 진출한 벨기에 국적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제약의 중국 법인 시안얀센부터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다른 다국적 제약사도 시안 얀센의 홍보 시스템을 따라갔다.

2000년 들어 국가 의약품 및 조달 시스템이 시행된 이후 수천개의 의약품이 병원에 납품을 희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엇나간 홍보 방법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제약사 대표는 21세기 경제보도에 “20여 년 전 업계에 처음 입사했을 때 병원 의사들에 대한 약품 청구와 사업 자금 대출을 담당했다”면서 “베이징 특정 지역의 의사 한 명이 한 달에 수십만 위안의 수수료를 받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중앙 집중식 사정 작업이 전례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향후 부패 방지와 개선 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도 지난달 31일 의료 기업공개(IPO) 심사 4대 포인트를 공개하면서 각종 판촉활동의 합법적 준수, 판촉활동과 관련된 각종 비용의 진정성, 판촉활동과 관련된 내부 통제의 유효성, 유통 업체와 관계자 거래의 공정성 등을 제시했다.

또 제약사들이 학술 행사, 토론, 전문가 강의 등의 행사를 마련해 놓고 실제로는 의사나 병원 관계자들의 로비 창구로 쓴다고 매체들은 진단했다.

앞서 제일재경은 올해 최소 155여명의 공립 병원 원장 및 서기가 부패·비리 혐의로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낙마했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