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이 열었다 타깃 될라"
정부 의식해 예년보다 축소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학원가에선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사교육 업체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이 시기면 성행하던 단기 특강과 대규모 입시 설명회는 자취를 감췄다. 반면 입시 혼란을 해소하고자 학원에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는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업계에선 학원가에 달라진 풍토가 수험생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단속 이후 입시 업계에선 여전히 살얼음판 걷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연달아 실시되자 '몸을 사려야 한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입시학원 시대인재와 대성학원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방침에 동참하겠다며 사실상의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능을 앞두고 성행하던 단기 특강도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한 입시학원은 지난해 단기 특강을 개설해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입시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해 수능 D-100 때는 추석 단기특강 수강생을 모집하는 학원이 많았는데 올해는 다들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눈치 없이 특강을 열다가 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입시 설명회도 감소했다고 전해진다. 대형학원들이 대입 설명회를 열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소규모로 열고 홍보도 줄였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입시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해에는 수시 즈음해서 설명회를 크게 열었는데 올해는 민감할 수 있다 보니 지점 단위의 소규모 형식으로 열고 있다"고 전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들은 학원가의 변화가 수험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원가의 정보 전달 능력은 저하되고, 특강이 줄면서 학생들이 취약점을 보강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올해 수능은 9월 모의평가가 끝나봐야 윤곽이 나오는데 이 시기가 되면 수능까지 70일밖에 남지 않는다"라며 "시간은 빠듯한데 특강 등 학생의 약점을 보충할 방법은 적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 많은 학부모들은 학원 대신 고액의 과외를 찾게 될 것. 결과적으로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사교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수능은 재수생·반수생 등 'N수생'의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다음 달 예정된 9월 모의평가 응시자수는 21.9%로 공시가 시작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심화된 '이과 강세'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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