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를 화마가 휩쓸고 간 뒤 해변 마을의 모습. 잿더미가 된 마을 한 가운데 빨간지붕 집만 유일하게 살아 남아 ‘미라클 하우스’(기적의 집)으로 불리고 있다. 출처=호놀룰루 시빌비트 캡처
[파이낸셜뉴스]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로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빨간 지붕집은 합성사진으로 오해를 받을만큼 화제가 됐다.
22일(현지시각) 미국 LA타임스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 집의 소유주인 트 밀리킨과 도라 애트워터 밀리킨 부부는 매사추세츠로 여행을 간 지난 8일 화재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이웃으로부터 동네 전체가 불에 탈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지만, 마우이섬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 화재 피해 없이 멀쩡한 자신들의 집을 보고는 “마치 포토샵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라클 하우스’의 리모델링 전 모습. 몇 년간 비어있던 오래된 목조 건물을 이곳 주민 트립 밀리킨이 2021년 매입해 대대적으로 수리한 뒤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출처=호놀룰루 시빌비트 캡처
이 집은 100년된 목조주택이었지만 2년 전 이들 부부가 집을 매입하면서 아스팔트 지붕을 금속 소재 지붕으로 고치고 흰개미를 피하기 위해 나무와 초목을 베어버리고, 강돌을 1미터 두께로 쌓아 집 주변을 빙 둘러쌌다.
이는 방화 조치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화재를 피하는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돌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다가오던 불길이 밀리킨의 집터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목재 환경 연구소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 프로그램 책임자 마이클 와라는 “화재에 충분히 대비한 집이라도 옆집이 불에 타면 불이 붙을 수 있다”면서 “조경을 제거하고 집 주변에 바위나 화강암 길을 설치하면 불길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인 도라 밀리킨은 “불붙은 나무 조각들이 날아다니며 지붕에 부딪혔는데, 아스팔트 지붕이나 집 주변에 초목이 있었다면 불이 옮겨붙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라하이나 화재의 경우, 강풍을 타고 나무 조각 등이 날아다니다 주택 근처 가연성 물질에 불을 옮겨붙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라 밀리킨은 또 이웃 주택과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고, 집이 바다, 도로,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도 화재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스프링클러가 화재를 막았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화재 발생 당시 이미 전력이 차단돼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는 화마를 면했지만 오히려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부는 “생존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자원을 우리가 차지하게 될까봐 라하이나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집을 지역 재건을 위한 커뮤니티 허브로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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