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올해 임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년연장이 올 하반기 노사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이 줄줄이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정년연장을 핵심 과제로 올려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주 64세로 연장한 정년제 등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 데 이어 23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화, HD현대 등 다른 주요 대기업 노조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내용의 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급속히 빨라진 고령화 시대에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유례없는 저출산에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능력 있는 고령층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오히려 득이다. 연금 수급연령이 늦춰지면서 생길 수 있는 소득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도 정년연장은 의미가 있다.
한노총이 제안한 것도 2033년이면 국민연금 개시 연령이 65세로 높아지는데 이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현행법대로면 2033년 정년퇴직자는 5년 동안 소득공백을 겪을 수 있다. 노후불안 해소 차원에서도 정년연장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해외에서도 정년연장은 뚜렷한 추세다. 각종 제도를 보완하며 계속 고용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했다. 지금은 70세까지 고용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현행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거듭 밝히지만 우리 사회도 정년연장은 가야 할 방향이다. 그렇지만 당장 이 흐름을 쫓아갈 수 있는 노동여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냉철히 짚어봐야 한다. 근로연한이 길어지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 임금체계로 기업이 정년연장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직무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성과급 체계, 유연한 인사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정년연장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일본, 독일도 이 같은 근로시스템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정년연장은 청년층 채용을 줄여 세대갈등을 부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최근 정년연장에 반대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였다. 정년연장은 노조 파업으로 관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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