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개월 만에 다시 동결한 LPR
- 지준율 낮췄고 부동산 정책도 '봇물'
- 경제지표도 개선..4·4분기 인하 가능성은 有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다시 동결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LPR을 내린 데다,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도 인하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만큼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시점에서 급격한 금리 인하는 위안화 약세 등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개월 만에 다시 동결한 LPR
20일 중국 인민은행은 9월의 1년 만기 LPR은 3.45%로, 5년 만기 LPR은 4.2%로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했다. 전월과 변동이 없으며, 다음 달 발표 때까지 유지된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8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든 금융 기관이 이를 대출 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해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 광범위한 대출 상품에 영향을 준다. 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금리와 관련이 있다.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격 책정 기준이 되고 제조업의 투자 대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금리다.
이달 LPR 동결은 이미 예상됐다. 지난 15일 LPR과 연동되는 것으로 알려진 정책금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조정하지 않으면서 LPR 동결도 예고했다.
MLF 대출 금리는 그대로 두고 LPR만 조정한 것은 2019년 8월 LPR 제도 개혁 이후 2021년 12월 1년 만기와 2022년 5월 5년 만기 등 두 차례 인하뿐이라고 중국 매체 금융계는 설명했다.
또 인민은행은 지난달에 1년 만기 LPR을 기존 3.55%에서 0.1%p 내렸다. 시장의 기대치인 0.15%p 인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면서도 미국과 금리 격차에서 파생되는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 심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인민은행은 6월에도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동시에 0.1%p 낮췄다.
지준율 낮췄고 부동산 정책도 '봇물'
금융기관의 지준율 역시 15일자로 0.25%p 인하했다. 이로써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7.4% 수준이 됐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이를 낮추면 은행은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직접적인 자본 이탈이 없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작다. 경기 안정화라는 정책적 신호를 시장에 명확하게 확인시켜주는 기능도 있다.
지준율 인하를 통해 당장 필요한 유동성은 공급하게 됐다. 조치의 효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기준금리까지 내리는 모험을 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인민은행은 올해 3월에도 지준율을 내리고 기준금리는 동결하면서 “대수만관(농경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을 하지 않겠다”며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경계했다.
‘백약이 무효’라던 부동산 살리기 정책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생애 첫 주택’ 요건 완화 조치를 2선 도시로 확대했다.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주택 매수 첫 계약금(납입금)인 ‘서우푸’(首付) 비율이 대폭 낮아지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융계에 “인민은행이 지난 8월 31일 ‘차별화된 주택신용 정책 조정 및 최적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한 것은 5년 만기 LPR을 내리지 않고도 주담대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부동산 시장 안정 차원에서 5년 만기 LPR 단독 인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다 총체적 위기를 나타냈던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8월 들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지출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는 8월에 전년동월대비 4.6% 증가하며 전월 2.5%, 전망치 3.0%를 모두 상회했다.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산업생산도 전월 3.7%와 전망치 3.9%를 웃도는 4.5%로 기록됐다.
주말인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경제지표도 개선..4·4분기 인하 가능성은 有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현실화’ 평가의 배경이 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월 들어 0.1% 상승,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3%로 11개월째 마이너스로 집계됐으나 7월(-4.4%)에 비해 낙폭을 줄여 디플레 우려를 다소 해소시켰다.
글로벌 전이에 대한 두려움을 양산했던 수출은 7월 -14.5%에서 8월 -8.8%로 크게 개선됐다. 수입도 같은 기간 -12.4%에서 -7.3%로 나아졌다.
제조업체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8월의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조사됐다. 경기 확장과 경기 위축의 기준점이 되는 50은 넘지 못했지만, 전월 49.3은 웃돌았다. 차이신 제조업 PMI 역시 51.0으로 한 달 전인 49.2보다 1.8p 상승했다.
중국에서 공식 PMI는 대기업·국유기업, 차이신 PMI 중소·민간기업 구매관리자의 경기 인식을 나타낸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금융계는 전문가들 말을 빌려 △통화 정책이 전염병 기간 3년 동안 대수만관 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정책 공간이 크다는 점 △향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점 △중국 내 물가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규제 당국이 안정적인 도구로 위안화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4·4분기 LPR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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