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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떼였는데 소득 높다고 보상 없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삼성맨 '울분'

"2.5억 떼였는데 소득 높다고 보상 없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삼성맨 '울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파이낸셜뉴스] 경기 수원지역에서 수십억 원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8년 차 삼성전자 직원이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보증금을 보상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8년 차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수원 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번 수원 정씨 부부 범죄 사기 집단 사건에 연루돼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공지문을 받았다"며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너무나도 당혹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수원 소재 전셋집은 당시 신축 관련 은행에 약 15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법인회사가 임대인인데, 법인 계약 관련 전세 보증 보험은 가입할 수 없었다"며 "저는 후순위 임차인에 계약 기간은 1년 6개월이고, 확정 일자는 안 된 상태다. 전세 보증금은 2억5000만원이고 임대인은 도피·잠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전세 사기 사태 후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전세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이 잘 돼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전전긍긍하며 알아봤으나 결과적으로 저의 보증금은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득 구간이 전세사기 특별법 대상 범위(소득 수준 7000만원 이하)에서 벗어나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실질적인 보상 방안이 아닌 대출 지원, 세제 혜택 등에서도 제외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를 위한 법이고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왜 이런 고통과 빚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년에는 결혼 계획과 청약 당첨된 아파트 입주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포기해야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푼 한 푼 저축하며 열심히 모아둔 돈인데 하루아침에 전 재산이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비통하고 우울감이 극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보완 대책을 발표, 기존 전셋집에서 계속 거주가 불가피한 피해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저리 대환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연 소득 7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 보증금 기준은 3억원에서 5억원, 대출액 한도는 2억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각각 확대된다.

한편 수원지역에서 수십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였다는 의심을 받는 임대인 부부 관련 피해 신고가 경기도에 245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한글날 연휴(7~9일) 직전인 지난 6일 기준 수원 전세사기 의혹 당사자인 임대인 정씨 부부 관련 접수된 피해 신고는 245건이다.

지난 8월 관련 신고가 처음 접수된 뒤 지난달 말 100여 건이던 피해는 일주일 새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전세금을 받지 못했다거나 계약 기간이 임박했는데 돌려받지 못할까봐 우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기준 경기남부경찰청에 접수된 이 사건 관련 고소장은 모두 64건이다. 고소장에는 최근 수원시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인이 잠적,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까지 고소장에 적힌 피해 규모는 80억여 원에 달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