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로 하여금 '죽을 수도 있겠다' 공포감 느끼게 해"
포르쉐.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외제차를 팔아서라도 갚으라'고 협박하며 무차별 폭행한 30대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이중민)는 강도상해와 특수상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공동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5)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지인 B씨(30)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A씨는 피해자 C씨의 코인 채굴 사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씨 소유의 포르쉐 자동차를 강제로 판매하게 한 뒤 대금을 빼앗을 목적으로 B씨와 함께 지난 2월 27일 오후 11시 31분께 서울 강남구에 있는 C씨의 사무실에 침입했다.
A씨는 페퍼스프레이를 C씨와 동료의 얼굴에 뿌린 뒤 삼단봉과 주먹으로 이들을 수차례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이와 함께 C씨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오늘 차를 팔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하고, 자동차 매각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발급 위임장을 작성하게 했다.
A씨 등은 이후 C씨를 포르쉐 뒷좌석에 태운 뒤 경기 화성시 중고차 매매단지 부근까지 운전하고 가다가 다음날 오전 5시 45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결박용 케이블과 삼단봉, 청테이프 등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B씨와 공모하는 과정에서 "C씨를 죽여버리겠다", "포르쉐를 팔아 채권에 충당하자"는 말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C씨가 투자금 반환을 위해 자발적으로 차량을 매각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준비한 가방 안에 끈과 가위 등이 있는 것을 본 C씨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꼈고, 직접 운전하겠다는 C씨를 뒷좌석에 태우고 감시하면서 중고차 매매단지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감금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상해를 입히고, 피해자가 가진 고가의 외제차량을 매각해 대금을 강취할 목적으로 차량에 감금까지 했다"며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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