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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 실리콘밸리] 가상자산시장, 더이상 무법지대 아니다

[왓츠업 실리콘밸리] 가상자산시장, 더이상 무법지대 아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3개월 동안 지루한 횡보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값이 단숨에 3만달러를 찍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비트코인 값은 2000달러 이상 급락했다. 이 소식을 보도한 매체가 정정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오보, 가짜뉴스였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여부가 비트코인 가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가짜뉴스 해프닝이었다.

진짜 뉴스는 바로 이것이다. SEC가 오는 20일까지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그 데드라인이 코앞이다.

SEC가 항소한다면 SEC가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출시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SEC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출시를 허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출시를 SEC에 신청한 곳은 꽤 많다.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그리고 한국에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까지 다양하다.

이미 연방항소법원은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의 상장을 승인한 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출시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 가상자산 시장 상황은 겐슬러 위원장이 강조했던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지 않으면 끝이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다.

가상자산은 이미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가상자산이 주요 투자처가 된 만큼 각국도 그에 걸맞은 규제를 하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가 출시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처가 더 다양해질 것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투자할 수 있다. 직접투자, 간접투자, 선물현물 투자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주식 시장처럼 말이다.

잔뜩 위축된 비트코인 선물 ETF·이더리움 선물 ETF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SEC의 연방항소법원 판결 항소 여부에 따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또 한번 요동치게 되어 있다. 겐슬러의 SEC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전 세계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SEC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자산 시장 상황이 겐슬러 위원장의 생각처럼 무법의 '서부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