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보건부 "최소 500명 사망"
팔 "이스라엘군 공습 인한 참사"
이 "무장정파 지하드 소행" 맞서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시민들이 하루전 폭발로 피해를 입은 알할리 병원 주변을 둘러보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쪽 가자시에 있는 병원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번 참사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으며 국제사회는 충격과 경악을 표시했다. 당초 요르단 암만에서 예정됐던 미국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집트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담은 이번 병원 참사로 취소됐다.
■병원 폭격으로 최소 500명 사망
17일(현지시간) AP와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말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P는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불이 건물을 휩싸고 병원 부지가 훼손된 시체로 뒤덮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아부 셀미아 병원장은 "사상자 약 350명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면서 "작은 방 하나에 침대 5개를 밀어 넣고 있다. 장비도, 약도, 침대도, 마취제도 필요하고 모든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병원 발전기의 연료가 18일이면 떨어질 것"이라며 "가자의 의료는 몇시간 안에 붕괴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스라엘·하마스 책임 떠넘겨
이번 폭발 원인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팔레스타인 당국과 하마스는 이번 폭발의 원인을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으로 돌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병원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 부르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국방군(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준장은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할 무렵 이스라엘 공군기는 주변에서 작전 중이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군에서 사용하는 무기로 당시 같은 폭발을 일으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인 결과 당시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지상과 해상 작전을 수행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발사된 로켓들 중 오발탄이 이번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폭발을 분석한 전장위치전문 플랫폼 지오컨펌드는 병원 타격이 팔레스타인 단체가 발사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하면서 발생했으며 미사일 일부는 병원에 떨어져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제 비난 잇따라
병원이 폭격된 것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WHO는 북가자 알-아흘리 아랍병원 공격을 강하게 질타한다"면서 "시민들과 보건에 즉각적인 보호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국제법은 모든 경우에 존중돼야 한다"면서 "전쟁을 둘러싼 규칙이 있고 병원을 타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매우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를 낸 가자시티 알아흘리 아라비 병원에 대한 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 성과 기대 낮아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소식에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을 가진후 암만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제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나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현재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 외에 대화는 쓸모가 없다"라며 4개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담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병원 폭발이 이번 전쟁의 예상할 수 없는 불안을 보여주는 것으로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전쟁 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커다란 정치적 그리고 보안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방문 의도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번 병원 피격까지 겹치면서 출발하기도 전에 혼란스러워졌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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