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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교과서, 자기주도 학습 쉽지 않아… 학력격차 우려" [인터뷰]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
공부 집중 여건 못갖춰진 학생들 오히려 학습 뒤처질 가능성 있어
방과후 수업 등 지원 보완책 필요... 기기·인프라 부족은 극복 가능해
현장 교사들 준비됐느냐에 성패

"AI디지털교과서, 자기주도 학습 쉽지 않아… 학력격차 우려" [인터뷰]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24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AI디지털교과서로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으나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제공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해도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게 쉽지는 않죠. 학력 격차가 심화되는 걸 막기 위해선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24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AI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서 맞춤형 학습이 실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나, 일부 학생들은 오히려 학습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회장은 자기주도학습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에 집중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은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라도 학습을 지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제11대 회장에 재선임되면서 2019년 이후 5년째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협회는 에듀테크와 공교육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히 2019년 코로나19 유행으로 공교육 현장에 원격수업이 빠르게 도입될 당시에는 에듀테크 기업과 정부부처를 잇는 접점이 됐다.

에듀테크 업계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산업 생태계에 포함시키는 것도 협회의 몫이다. 지난 3월에는 민·관·학이 함께 한 '에듀테크 테스크포스(TF)에 참여해 최근 발표된 '에듀테크 진흥방안'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장 내후년까지 AI디지털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교육계에서 맞춤형 학습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만큼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일정이 빠듯한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를 내지 않으면 얼마나 지체될지 알 수 없다"라며 "2025년에는 서책형 교과서가 변경돼 나오는 시점이기도 해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디지털 기기 사양이나 인프라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현장 교사들이 얼마나 준비됐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AI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기존에는 확보하지 못했던 데이터를 갖게 되면서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 교실에 20여명이 수업을 듣는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이력을 컨트롤하고 맞춤형 학습을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라며 "AI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문제 접근 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이력을 수집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는 데이터를 통해 기존의 수업 방식이나 평가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라며 "교사가 AI디지털교과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이 사업의 핵심인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학생이 AI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개별 학습을 하기 위해선 상당 수준의 학습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사교육에 투자할 절대적인 시간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AI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개별 학습인데 이를 위해선 그만큼의 예습·복습이 필요하다"라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사교육에 투자하던 시간과 학습량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교과서 개발사와 에듀테크 업체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AI디지털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AI디지털교과서는 내년 6~8월에 실시될 교육부의 검정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회장은 "아직은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기존에 서책형 교과서를 내던 발행사 입장에선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미묘한 신경전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디지털교과서 개발의 애로사항과 관련해선 "까다로운 교과서 검정절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에듀테크 기업이 다수인 만큼 검정절차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아직 정확한 개발비 산정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서 기업이 선뜻 투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정부가 나서서 에듀테크를 공교육에 접목하고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며 "지금은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에듀테크 산업 진흥방안을 꾸리고 있는데 산업부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