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사진=남현희 인스타그램 캡처)
[파이낸셜뉴스] 펜싱 전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42)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성폭력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제때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 2명에게 수개월간 성추행
지난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남씨 인터내셔널 펜싱아카데미에서 일하던 지도자 A씨(20대)가 미성년자 수강생 2명에게 수개월 동안 성추행 등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피해자 측 고소가 지난 7월께 경찰에 접수됐다.
고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여중생 1명을 수개월간 성폭행했으며 여고생 1명은 6개월 넘게 강제 추행했다.
고소 이후 수일 후인 7월 초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경찰 수사는 종결됐다.
약 3개월 후인 지난 10일 스포츠윤리센터에도 같은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센터는 사설 학원의 대표인 남씨가 이런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도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신고도 추가로 접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남씨는 관계 기관에 제때 원내 성폭력 사태에 대해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 4 ②항을 보면 지도자·선수·이외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선수 관리 담당자'는 체육계 인권 침해·비리나 의심 정황을 인지했다면 스포츠윤리센터 혹은 수사기관에 즉시 알려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령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소속 지도자뿐 아니라 사설 학원의 운영자에게도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센터 측은 남씨나 펜싱 아카데미 측으로부터 성폭력 문제에 대해 별도로 전달 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청조, 학부모들 앞에서 피해자 실명 거론해 '2차 가해'
남씨와 결혼 발표를 했던 전청조씨(27)도 당시 공동대표로 불리며 학원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JTBC에 따르면 남씨와 전씨는 경찰 신고 이전부터 A씨의 성폭력 의혹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학부모 7명과 함께 A씨의 성폭력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남씨는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에게 “(피해 학생인) OO와 제가 한두 번 정도 얘기를 나눴다. OO가 ‘선생님(A씨)이 만졌고….’(라고 말했다) 저는 이게 OO에게서 들은 얘기다. 다른 정보가 없다”라고 말했다. 피해 학생을 만나 성폭력 의혹에 대해 들었지만 피해 학생의 말 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단 취지로 말한 것이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남씨와 피해 학생의 면담이 경찰 신고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이라고 말했다.
전씨도 성폭력 의혹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씨는 “(A씨가) OO와 뽀뽀하고 안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이 더 있다”라며 피해 사실을 모르는 일부 학부모들 앞에서 피해자 이름과 내용을 거론했다.
한편 남씨는 최근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씨와 연인관계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전씨의 거짓 성별·사기 전과·재벌 3세 사칭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과거 '여성'인 전씨가 남자 행세를 하거나 법인 회장 혼외자인 척하며 상습적 사기를 저지른 사실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자신의 이력을 알게 된 남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전씨는 남씨의 어머니 집을 찾아갔다가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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