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했다. 팬들은 더 이상 ‘야구만 잘하는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양현종 9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 달성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KIA 양현종이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일인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회를 마치며 9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를 달성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전상일 기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팬 행사에서 몇몇 선수가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팬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 해서는 안되는 발언을 일삼았고, 어떤 선수를 팬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행동까지 서심치 않았다. 해당 행사와 발언은 SNS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그것은 큰 논란으로 번졌다. 가뜩이나 외우내환으로 시끄러운 KIA 타이거즈에게는 큰 악재였다.
결국, KIA 심재학 단장이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심 단장은 "지난 10월 28일 열렸던 호랑이 가족 한마당 행사에서 몇몇 선수들의 그릇된 언행에 대해 KIA 타이거즈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엄한 선수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김석환은 가족 관련된 발언이 팬들을 품평하는 발언으로 오해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늘 누구보다 팬들에게 따뜻하게 대했던 정해영이 오히려 앞장서서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호마당 관련 적절치 못한 언행에 대해 심재학 단장이 사과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호마당 관련 적절치 못한 언행에 대해 심재학 단장이 사과하고 있다.
이는 사실 구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건이다. 구단이 해당 관련 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구단은 매년 신인선수가 들어오면 그에 관한 교육을 시행한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고교 선수들이 아니다.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다. 구단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선수들이 얼마만큼 본인이 프로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많은 젊은 선수들이 프로 선수의 본분을 망각한 행실을 보이고 있다. 본인 스스로가 대단한 스타인양 으스대고, 팬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며 물의를 일으킨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아직 1군에서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평소에 선수들이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팬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의리 정해영의 혼신을 다한 팬서비스
정작 억울한 정해영이 사과문을 올리고 있다. 사태의 주축이 된 선수들은 숨어서 사과문 조차 없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사진 = 정해영 SNS)
이는 구단에서 기획하고 허락한 공식행사였고, 팬들에게는 1년에 딱 한 번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야구 선수는 팬들에게 야구라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돈을 버는 직업이다. 지켜봐 주는 팬들이 없으면 야구는 그냥 공놀이에 불과하다. 경기를 봐주고 소비하고 싸우는 팬들이 있어서 ‘프로’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다. 그곳에서 선수들의 연봉이 파생되고, 이슈거리가 양산되고, 중계권료가 파생되며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한다.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상품을 구매해준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메이저리그 야구에 대해서는 동경하면서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팬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어떤 팬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만한 일이다.
물론, 선수에게 지나치게 과한 팬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은 잘못이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 이는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1년에 한번 있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팬들에게 웃어주는 것이 프로 선수로서의 기본 도리다.
과한 팬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또한 옳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구단의 공식행사에서만큼은 팬들에게 웃어주는 것이 프로 선수된 최소한의 예의다. 사진=KIA 타이거즈
통산 최다 선발승을 기록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9년 연속 170이닝 이상의 투구를 했다. 올시즌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KIA 팬들은 양현종을 대투수라고 부르면서 칭송한다. 양현종은 이번 행사에 앞장서서 참석하면서 내년 시즌 호마당 행사는 “광주여대에서 하자”라고 했다. 2017년 KIA 타이거즈의 마지막 우승 당시 축승회 장소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이 통산 최다승을 경신하는 현장에서 “2군 선수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팬들은 더 이상 ‘야구만 잘하는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된 선수들은 양현종이 왜 대투수인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