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교도소 생활 관련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2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자신이 겪은 수사와 재판 후기 글을 올렸다. 검찰은 “공권력을 조롱했다”며 항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은 지난달 31일 협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A씨는 지난 8월4일 ‘춘천에서 7시30분 칼부림할 예정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렸다. 흉기 사진까지 첨부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심과 불쾌감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어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A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리니까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종 범죄로 인해 한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 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실제 범죄를 실현할 의지가 보이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6일 1심 선고 뒤 풀려났다. 이날 오후 3시쯤 A씨는 다시 온라인커뮤니티에 접속해 ‘구속 후기 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 올렸다. A씨는 범행 이후 체포됐을 당시 상황,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과 검사와 나눈 대화, 교도소에서 겪은 일화 등을 상세하게 썼다. 마스크를 쓴 자신의 얼굴 사진까지 올렸다.
A씨는 “경찰이 집으로 20명 정도 들어오더니 ‘디시에 칼부림 게시글 쓰신 거 맞아요?’ 이렇게 물어보더라”며 “내가 썼는데 뭐 문제 있냐고 했더니 바로 수갑 채우고 경찰서 끌려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또 살인 예고 글 쓴 사람 내 옆에 잡혀 와서 웃겼고 그 사람이랑 도원결의 맺고 같이 교도소로 이송됐다”며 “(재소자들이) 뭐로 들어왔느냐고 물어봐서 협박으로 들어왔다니까 ‘아, 살인 예고 글’하면서 전체 다 소문나서 인기남 됐다”는 등 당시 상황을 영웅담처럼 표현했다.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교도소 생활 관련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당 글을 접한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춘천지검은 “해당 범행으로 경찰관 20여 명이 출동하게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경찰력의 낭비를 초래한 점,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 ‘교도소에서 인기남’이라는 글을 올려 공권력을 조롱한 점을 고려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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