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는 항저우 AG 대표팀 소집 하루전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야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이의리였지만, 그는 다시금 웃으면서 대구로 향했다. 설령, 부상으로 핑계도 나서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대표팀이었지만, 그는 모든 논란을 스스로 정리했다
KIA 좌완 에이스 이의리가 AP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대구로 향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인데 마음이 좋을 리가 있나”
모 야구인은 이의리에 대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KIA의 좌완 에이스 이의리가 APBC 참가를 위해서 대구에 합류했다. 사실, 이의리의 이번 APBC 참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다. 마음을 다쳤을 이의리에게 항저우 AG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지는 대회에 합류해서 공을 던지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는 것이 이유다.
이의리는 항저우 AG 대표팀 소집 하루 전 손가락 물집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규칙에 부상에 의해서라면 몰라도 부진에 의해서는 선수를 교체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만약, 부진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이의리를 교체해야한다면 교체해야할 선수는 더 많았다. 손가락 물집은 부상의 사유로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있었고, 이의리에게만 기량 부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도 있었다. 특히, 대표팀 탈락 직후 이의리가 훌륭한 투구를 선보여 더욱 이런 논란은 커졌다.
광주일고 시절 이의리는 라이벌들보다 적은 계약금에도 선뜻 KIA에 입단할 정도로 KIA바보였다. (사진 = 전상일 기자)
이의리는 “그 소식을 대표팀이 아니라 구단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 가장 서운했다. 예비엔트리도 아니고 최종 엔트리에서, 그날밤 합류하기로 한 당일에 제외됐는데 직접 연락은 아무 데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야구인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언론에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의리는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섰다. “나를 지탱해준 KIA팬들과 선배들을 위해 던지겠다”라며 시즌 마지막경기까지 최선을 다해서 던졌다 이의리는 대표팀 탈락 직후 4경기에 선발 등판해 총 23이닝을 던졌다. 실점은 고작 4점에 불과했다.
4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평균 자책점도 최종적으로 3점대까지 떨어뜨렸다. 이의리가 등판한 4경기에서 팀은 모조리 승리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이의리는 “향후에도 대표팀에서 던지고 싶다”라며 웃으며 대구로 향했다.
(광주=연합뉴스) 이의리는 대표팀 탈락 이후 훌륭한 투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의리가 등판한 4경기에서 KIA는 모두 이겼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 (사진 = 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고교 시절 입단할 당시 같은 라이벌인 이승현이나 김진욱보다 훨씬 적은 계약금인 3억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KIA에 입단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이의리에게 5~6천 만원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입단 후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2년연속 10승을 기록했고, 신인왕도 획득했다.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노란색 가발을 쓰고 춤을 출 정도로 팬서비스에서도 적극적이다. 오히려 일부 팬들이 팔을 잡아당기거나 유니폼을 던지는 무례한 팬서비스를 요청했을때도 웃으며 응했던 이의리다.
사실 부상을 핑계로 참가하지 않았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을 대표팀이다. 그렇다고 대표팀 경험이 부족해서 경험을 쌓기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며 운동화 끈을 다시 한번 동여맸다. 가장 아쉬운 것은 본인이었겠지만, 모든 논란을 스스로 정리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비록, 항저우 AG에서 탈락했지만, 이의리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이다. 그리고 2년연속 10승을 거둔 좌완 투수이고 향후에도 계속 대표팀에서 선발투수로 활약 해줘야하는 선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이이의리는 입단 전 양현종을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했다. 이의리에게서 양현종의 향기가 스멀스멀 풍겨나고 있다. 빼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그의 큰 가슴에서도 말이다.
항저우 AG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의리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이다. 그리고 2년연속 10승을 거둔 좌완 투수이고 향후에도 계속 대표팀에서 선발투수로 활약 해줘야하는 선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자신의 울분을 풀어온 이의리에게 이번 APBC 또한 한풀이 무대다. 만약, 이번 APBC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의리는 항저우 금메달 이상 가는 명예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항상 일본전에서는 좌완 투수가 활약해왔다. 이번에는 이의리가 그 후보다.
이의리는 입단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현종을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서 대투수 양현종의 향기가 스멀스멀 풍겨나고 있다. 빼어난 실력 뿐만 아니라, 큰 가슴에서도 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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