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무부총장과 대변인
종북 행보·간첩 연루 비판
새로운 시대정신 등 강조
민주노총 간부 출신인 두 사람이 동시에 자기 성찰의 글과 책을 썼다.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과 이수봉 전 사무부총장이다. 민주노총의 핵심이었던 그들의 고백을 통해 조직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자주와는 거리가 먼 '주체사상'을 맹신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동체, 그들이 지금도 운동판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동보다 친북통일을 우선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노동자의 이익보다 좌익 이념에 매몰된 민주노총의 실체를 꼬집은 정 전 대변인의 글 일부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민노총 용역입법'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는데 반대로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용역투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시대정신의 배신'이란 책에서 이 전 부총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책을 서둘러 내게 된 직접적 계기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 감옥살이를 하고 30여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노동운동의 목적성을 상실하고 이념투쟁에 빠진 민주노총에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좌파 전체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통의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의 위험성을 말하면 대개는 코웃음치며 비웃는다. 개념 있는 진보적 시민들에게 종북주사파란 용어는 극우집단이 쓰는 말이며, 우익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폭력적 단어로 자동 프레임화되어 있다. 마치 파블로프 실험의 조건반사처럼 오랜 기간 그렇게 생각하도록 세뇌되어 왔다." 이 전 부총장의 설명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생각도 보편적 상식과 다르지 않다. 정 전 대변인은 충격과 상처였다고 했다. "세상을 우리 편과 나쁜 놈 편으로 딱 가르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흑백 진영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조국 수호)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도 학창 시절 실천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좌파의 위선,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쭈뼛거리며 양비론의 기회주의에 빠져 있다면 그 투쟁의 끝은 어둡다"며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 "악마를 무시하면 악마는 기뻐한다. 바로 그 무시당하는 방심의 공간에서 악마는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진영 논리에 대한 시각도 비슷하다. 이 전 부총장은 "조직적이고 집요한 선전선동의 결과 좌파는 나르시시스트(자기애에 빠진 사람)가 되었고 우파는 얼떨결에 플라잉몽키(나르시시스트에게 조종당하는 사람)가 되었다……진영 논리를 깨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국민의 절대다수를 '빨갱이' 아니면 '토착왜구'로 낙인 찍는 훌리건 정치에 신물이 난다고 썼다.
민주노총에서 중심 역할을 한 두 사람의 이런 생각은 바깥에 있는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느 집단의 중심에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보면 판단력은 흐려진다. 탈출하고 나서야 정의와 상식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정 전 대변인은 양당 체제를 거부하며 제3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 전 부총장은 '푸념만 늘어놓는' 제3 정치의 '나이브함'은 몰락의 원인이라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주창한다. 그가 말하는 새 시대정신은 자본주의 4.0을 넘은 자본주의 5.0 시대다. 정치적 용어로는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민주주의'로 좌우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시대정신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 시대로의 진화'라고 풀이한 이도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선택을 현시점에서 옳다,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구태의 늪에 빠져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반성을 통해 발전된 미래를 모색하는 것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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