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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한' 美 반도체 제재, 中시장 못 버리는 美·유럽 기업

- ADM, 인텔, TI, ADI, 듀폰, ASML 등 미국과 네덜란드 업체 중국국제수입박람회 대거 참여
- ASML은 올해 중국 사무실 1곳, 창고 1곳 늘리고 직원 수도 확대

'무색한' 美 반도체 제재, 中시장 못 버리는 美·유럽 기업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전시된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 제품. 사진=관찰자망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유럽의 반도체·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들이 중국 주최 국제행사에 대거 참여해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중국 시장에 대한 향후 협력을 약속했다. 강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와 별개로 14억명 거대 소비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9일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의 3대 대외 개방 전시회인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참가한 미국·유럽의 반도체·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는 10여 곳에 이른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3년 연속 박람회에 부스를 차렸다. 올해는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X86노트북 등 AI솔루션을 관람객에게 홍보했다.

AMD의 자차오후이 중화권 마케팅 부사장은 현지 매체에 “소비자 가전부터 데이터 센터, 기업까지 중국 시장은 거대하다”면서 “지난 30년 동안 AMD의 중국 연구개발(R&D) 팀은 3000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뛰어난 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람회는 중국 발전의 기회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며 “향후 고성능 및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혁신을 통해 중국 기업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다른 반도체 기업 인텔은 6년 동안 박람회 참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의 경우 ‘디지털과 실제 통합을 돕는 무제한 코어 라이프’를 주제로 AI컴퓨터, 스마트 제조, 스마트 운전석 등 분야에서 최신 성과를 전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인텔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인터넷대회에도 참여해 차이나텔레콤과 무선, 데이터, 전송 등을 포함하는 5G,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단말기 조달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중국매일경제신문이 보도했다.

퀄컴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애널로그 디바이시스(ADI), 듀폰 등 또 다른 미국 반도체칩·반도체·시스템반도체 업체들 역시 박람회에 중국 기업·소비자들 상대로 활동을 벌였다.

중국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ASML는 보다 적극적이다. 올해로 5번째 수입박람회 참가다.

관찰자망은 ASML 재무보고서를 인용, 이 회사의 2023년 3·4분기 총매출은 67억유로(약 9조4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46%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 분기보다 22%p 증가한 수준이다. 관찰자망은 “이는 대만과 한국을 합친 44%보다 큰 수치”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P)는 중국의 10월 수입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는 전년 동월과 견줘 1.3% 줄었지만 네덜란드로부터의 수입은 29.5% 증가해 대조된다면서 ASML 노광장비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ASML은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대중국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을 통제받는다.

하지만 ASML은 올해 이미 중국 본토에 사무실 1곳과 창고 센터 1곳을 늘렸고, 직원 수도 확대했다. 관찰자망은 “ASML은 중국에 사무소 16곳, 창고 센터 12곳, 전산 리소그래피 및 전자빔 계측 전용 개발 센터 3곳, 교육 센터 및 유지·보수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미국 제재)에서 중국의 고품질 발전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 중국 매체가 묻자, “30년 이상 중국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면서 “앞으로도 수출 규제 및 법규를 준수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는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