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은행권 상생방안 내놓을 듯
자율 맡기고 금융 선진화 고민을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들. /사진=뉴스1
상생금융 실천방안을 놓고 금융계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금융권 전체로 올해 60조원의 이자이익이 기대되는 가운데 일부를 상생금융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서다. 오는 16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2일 방송에 출연, "국민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으로 고통받는데 한쪽에서는 이자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있느냐'(고 한다)"며 "(은행권이) 고연봉으로 올려달라고 때로는 투쟁도 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은 굉장히 비판적이고 고깝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도 상생금융의 차원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고, 좋은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겉으론 상생금융 실천방안을 은행권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다. 맥락상으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상생금융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60조원의 이자이익 가운데 얼마를 상생금융으로 돌릴 것이냐는 것이다. 은행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일부 금융그룹이 1000억원 규모의 금융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연 60조원 이자이익' 혹은 '돈잔치'라는 원색적 표현을 반복하며 연일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들에 최대한의 기여를 요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상생금융 활용방안을 놓고도 말이 많다. 최근 은행별로 갹출한 돈을 은행권 공동재원으로 구성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에 쓰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재정으로 할 일을 금융 사기업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금융권을 겨냥해 되풀이되는 관치금융 논란도 커진다. 은행권의 이익이 많을 땐 단골메뉴처럼 상생금융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권은 2012∼2025년 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관련해 설립·운영 지원금(1750억원)과 펀드 출연금(6700억원)을 내놓은 적이 있다. 또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취약계층 대출과 보증 재원으로서 약 7000억원을 이미 출연했거나 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자에 의존하며 과도한 수익을 내는 한 상생금융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복적인 은행권의 기부와 출연 요구는 관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
정부가 추구할 것은 두 가지다. 상생금융은 추진하되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또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에만 기대는 은행의 경영방식을 선진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