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 금리 100배 올리자 지방은행들도 합세
금리 상승기 기초체력 부족한 지방은행 '울며 겨자먹기'
갈수록 적자 나는 지방은행들 많아질 듯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의 메가뱅크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자 지방은행도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최근 금융 정책을 수정하고 장기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다. 마이너스(-)·제로 금리에 익숙했던 일본에 릴레이 금리 인상 바람이 불면서 은행 간 고객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제로금리 시대 끝, 이자 100배 경쟁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전국 지방은행의 40%가 넘는 43개 은행도 금리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격차로 고객 이탈을 우려한 지방은행들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은행은 대출 및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이 많을수록 이익을 내기가 수월하다. 초기 단계에서 예금을 잠그면 자산 관리와 같은 복잡한 거래에 더 쉽게 연결할 수 있다.
닛케이는 "많은 은행들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며 "요코하마은행, 지바은행 등 메가은행과 경쟁하는 수도권 지방은행의 인상이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다수의 지방은행들은 10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의 0.002%에서 0.2%로 100배, 5년 만기 금리는 0.002%에서 0.07%로 35배 인상에 나섰다.
그 동안 정기예금 금리는 대형·지방은행 모두 0.002%로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BOJ가 금융 정책을 수정하고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류가 달라졌다.
신호탄은 3대 메가뱅크 중 한 곳인 미쓰비시UFJ은행이 쐈다. 이 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002%에서 0.2%로 100배 올렸다. 또 5~6년은 0.07%, 7~9년 예금은 0.1%로 각각 금리를 올렸다. 지난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BOJ가 장단기금리조작(수익률곡선제어·YCC)정책을 수정하면서 나타나는 국채 금리 상승세를 반영한 조치였다. 이를 계기로 전국 은행으로 움직임은 확산됐다.
한 지방은행은 "같은 지역에서 금리가 높은 은행으로 예금자나 돈이 흘러가는 것이 보이면 방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맷집 밀리는 지방은행, 줄적자 예고
그러나 지방은행은 예금 금리 인상이 수익을 압박할 수 있어 우려도 나온다. 올해 4~9월기에 지방은행이 지급한 예금이자는 전년동기대비 2.5배로 늘어난 반면 은행의 수입인 대출이자는 14% 증가에 그쳤다. 해외 영업 비중 큰 3대 메가뱅크의 대출이자가 74%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예대마진 뿐만 아니라 시중자금 조달비용, 채권운용이익, 인건비 등도 감안한 은행 업무 전체의 이자율을 나타내는 총자금 이자율은 지방은행의 경우 평균 0.24%로 같은 기간 0.03%포인트 줄었다.
실제로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 채권을 다수 보유한 일본 지방은행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 97개의 전체 손해는 지난 9월 말 기준 약 2조8000억엔으로 지난 6월 말보다 70% 증가했다.
장기 채권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지방은행도 나왔다. 이시카와현의 기타쿠니파이낸셜홀딩스, 군마은행, 야마나시중앙은행, 기후현의 오가키쿄립은행, 이와테현의 기타니혼은행, 나가노은행, 오이타은행 등 7개 은행은 채권 매각 손실이 본업의 이익을 웃돌아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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