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1번지' 서울 대치동에 의대 진학을 홍보하는 학원 광고가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이 당장 내년부터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학계는 반발하고 있으나 의대 증원과 관련한 찬성 여론이 상당해 입시업계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의대 문턱은 낮아지고 주요 대학의 합격선도 줄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대입에서 손해를 봤다고 느낀 학생들이 또다시 입시에 뛰어들어 'N수생'이 대거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대 정원 늘어?" 학원가에 쌓이는 기대감
2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대 입학과 관련한 학생·학부모의 상담이 늘고 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의대 입학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기대감도 증폭된 것이다. 입시업체들은 이에 맞춰 의대 입시반을 늘리려는 분위기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학원은 시대 흐름에 뒤쳐지는 것"이라며 "어떤 학원이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인 반은 의대반이라고 명명하고 의대 도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입시업계 관계자는 "입시설명회 반응이 예년보다 뜨겁다"라며 "입시 상담 요청도 크게 늘고 있는데 의대 관련한 문의가 특히 많다. 일부 학원에서 운영하는 의대 '윈터 스쿨'은 이미 매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의대 정원이 현재 정원(3058명)의 70%가 넘는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시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전국 의대들이 내년에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하고 싶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폭은 매년 확대해 2030년까지 최대 3952명 늘리고 싶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가 대학들의 요구대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의학계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총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다만 의대증원 찬성 여론이 크고 반대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대증원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의대 증원 영향, 예측하기 어려울 수준"
의대 정원 규모가 당장 2000여명에 이르지 않더라도 입시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1000명 늘어난다면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평균 점수는 현재 95.3점에서 94.5점으로 0.8점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94.5점까지 의대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의대 합격선이 94.5점으로 낮아진다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 일반학과 44개(48.4%)가 의대 지원이 가능해진다. 현재 기준에서 의대 지원이 가능한 이들 대학의 학과 26개(28.6%)보다 18개 많아지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만약 의대 정원이 1000명만 확대된다고 해도 서·연·고 자연계 일반학과 지원 학생들의 상당수가 의대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서·연·고 합격선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학과에서 얼마만큼 인원이 비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팀장 "입시는 상위권이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다음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입장에선 의대 정원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입시 경쟁 과열 등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의대 증원 가능성은 당장 2024학년도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의대 진학을 노리고 이번 입시에선 소신 지원하는 학생이 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매년 이어지고 있는 'N수생' 증가 추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내년 수능에 한번 더 도전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번 입시에선 상향 지원 하는 사례나 안전하게 대학 1곳 정도만 합격해놓고 반수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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